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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교회가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 마태복음 26장에는 예수님의 일생중 중요한 대목 최후의 만찬과 겟세마네 기도 그리고 드디오 체포당하시는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자신앞에 예정된 고통스런 일들이 시작되려는 순간 그분이 계신 곳이 베다니 나병환자 시몬의 집이었다고 마태는 기록했다.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예수님의 일생을 보면 가장 소외되고 천한 자들의 집에 머무시고 함께 하셨다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예수님이 심판에 대해서 언급하실 때 양과 염소를 이야기 하시며 의인과 악인을 구분하게 될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들었던 비유는 주린 자에 관한 이야기셨다. 주릴 때 목마를 때 즉 지극히 작은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으며, 지극히 작은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내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셨다. 그정도에서 마치신 것이 아니라 .. 더보기
어느 장례식장 부산에서 몇 번 지하철을 타보기는 했다. 가족들과 놀러와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놀러도 다녀봤고, 업무때무에도 몇 군데 돌아다녀도 봤다. 지하철이 있는 곳은 이용하기가 편하다. 왠만한 곳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다닐 수가 있다. 지하철을 타면 15분정도 되는 거리에 장례식장이 있었다. 더듬더듬 가야하는 곳을 다시 숙지하고 지하철을 탔다. 사촌동생의 갑작스런 비보는 놀랍기도 했지만 은근 귀찮기도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왕복 교통비만 해도 10만원을 넘었고 조의금은 못해도 10만원은 내야하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다. 경조사비야 용돈에서 나가지 않고 아내가 지원을 해주니 낫지만 그래도 생각지 못한 지출이다. 나이가 들면 경조사비가 거짓말 조금보태 우후죽순처럼 생긴다.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직원이 청첩장이라고 .. 더보기
정동진 알몸의 여인 애초에 목사님과 친한 형과 떠나는 동해안 여름여행은 긴장감은 없었다. 목사님과 같이 가게 되면 몸가짐도 조심스러워지고 행동거지도 똑바로 해야할 것같은데 그렇지는 않았다. 어려서부터 만난 목사님에게는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나이차가 적은건 아니다. 경건하고 엄숙한 교회입장에서 보면 사실 목사님은 거의 날나리같았다. 군대 다녀온 친구에게 상가집에서 싸온 편육과 막걸리를 가지고 한강고수부지에서 만나자고 하지를 않나, 한번은 청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맥주도 시켜 한잔 따라주기도 하셨으니 이정도면 청년들로서는 거리감이 생길리 만무하다. 때론 야한 얘기도 하고 술과 담배에 대해서도 관대하니 말이다. 그런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철학을 가진 목사님은 아니었다. 그저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어려서부터 가르쳤고 나이들어 .. 더보기
내 심장을 보던 날 혈압이 177이나 오른건 처음이다. 150에 혈압약을 시작했으니 거의 10년만에 170을 돌파한 혈압을 봤다. 조금 어지러운 듯 하여 반신 반의 하며 잰 전자혈압계여서 미심쩍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높다. 아래 혈압이 122니까, 정상 혈압때 윗 혈압과 같다. 혈관은 미로와 같고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여도 나는 절대 볼 수가 없다. 만져 본 적도 없다. 내것이고 내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인데,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본적도 없고 만져본적도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내가 수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주인인데, 직접 보지도 못하고 다루지도 못한채 죽는다. 이 정도면 의심해야하는게 아닐까. 사기일 수도 있다. 한번도 만져보지 못하고 실체를 직접 내 눈으로 내껄 보지 못했으니, 도마가.. 더보기
날마다 100원을 줍다 전철을 타고 다면 뚜벅이가 된다. 걷고 걸어야 한다. 걸을 때는 늘 땅을 보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땅을 보며 걸으면 꾸부정하게 허리나 등이 굽는다고 어머니가 그렇게 잔소리를 했는데도, 상체가 길어서 그런가 고개를 숙인채 땅을 보며 걷는 습관이 오래 됐다. 어느날 전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던중 문득, 길바닥에 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바닥에서 100원짜리는 줍지도 않지만, 5천원이나 그 흔한 1천원짜리도 본적이 없다. 5만원권도 그렇게 많다고 하는데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고보니 땅바닥에서 돈이 자취를 감춘지 꽤 오래 됐다. 예전에 비해 현금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는 하다. 자동이체니 카드니 해서 긁기만 하면 지폐역할을 의심할 여지만 없다면 굳이 지폐를 들고 다닐 필요가 뭐 있겠는가... 더보기
한정거장 중년의 남자에게 혈관질환은 언제나 두렵고 걱정스런 일이다. 정밀한 혈관검사는 그런 시류와도 잘 어울린다. 건강은 모든 것에 최우선이니까. 당연히, 중년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갖는 최대 관심사이다. 약간의 중성지방과 고지혈증, 혈압을 가지고 있다면 생길 수 있는 조금 두껍고 헐거운 심장. 사실 그것도 그렇게 심각할 정도인가 의심된다. 중년의 혈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이야기를 의사는 그럴싸하게 진단하는 것에서 의심스럽다. 누구나 그럴만한 나이에 있을 법한 이상을 과도하게 비즈니스화 하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 약도 결국 고지혈증약과 혈압약이다. 고지혈증약은 이전에도 받았던 약이고 결국 혈압약인데, 혈압약이야 듣지 않으면 병원에서 다른 약으로 바꿔가며 조정하면 되는 것이니 그게 그거다. 어디든.. 더보기
개나리가 난 참 좋다 개나리가 난 참 좋다 봄이라고 온 천지가 하얀데, 노란 녀석은 하나도 기죽지 않는다. 노래도 샛노랗다. 키도 작다. 게다가 개구지다 아무리 키가 커도 왠만하면 손닿는 곳이다. 뜬금없이 쑥 내민 가지의 노란손들은 여간 개구지지 않다. 봄축제라고 요란하게 자리 만들어주는 사람없어도 오랜시간 제 흥에 겨워 춤춘다.누구나 손뻗으면 잡아주는 거리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늘 그 자리 노래도 샛노란 자기 색 너희가 이 개나리와 같지 아니하고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개나리가 난 참 좋다. 더보기
주술적 리더쉽 주술적 리더쉽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닮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주사가 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은 그 아버지를 경멸하면서도 비슷해진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모방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게 틀리더라도 혼자만 그런게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낀다. 종교적 리더쉽의 위험성 역시 모방에 있다. 신적 권위를 흉내내는 것이다. 뱀은 하와에게 선악과를 먹으면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라고 유혹했다. 제사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울은 자신이 직접 제사를 드렸다. 왕이 된 다윗은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려 하나님이 금지했던 백성을 계수하는 일을 하였다. 어쩌면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신적인 권위를 가진 인물을 꼽으라면 모세를 들 수 있을텐데, 그를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신 것은 그런 하나님의 뜻도 .. 더보기
101 넥스트 콘텐츠, mcn에게 길을 묻다. Mcn협회가 주최하는 넥스트 콘텐츠, mcn에게 묻다 토론회에 참여했다.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의 방향과 뉴미디어들이 살아남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해야겠다. 패널참여자들과 발표자들은 요즘 잘 나가는 ‘글랜스 tv’ 대표, sbs모비딕 팀장, 자몽 대표등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mcn미디어 대표들이 참석을 했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많은 인원들이 참석을 해서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1. 세미나는 원래의 의도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뉴미디어 생태계가 진행형이고 아직 비지니스 틀이 정해진게 아니다보니 비지니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주최측이나 패널들 역시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던것같다. 광고시장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광고주 역시 뉴미디어가 기업에 어떤 홍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더보기
시간 비로소 자유해진다 30여년전 조그만 동네 교회에서 만났던 동생들과 모임을 가졌다. 1년에 한 두번 가지는 정기모임. 어릴적 이야기로 시간가는줄 모른다.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빠지만, 같이 있을 때만은 예전 중고등학생으로 돌아가서 개구지다. 모일때마다 지나버린 30년이 훈장도 되고 상처같기도 하다. 시간은 누가 만들었을까.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30년이라는 숫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어제저제 일들이 모두 수평선에 놓이지 않을까. 우리의 사고속에 시간은 수직으로 일렬로 늘어서고, 지나버린 것들과 맞아들여야 할 것들이 정해진다. 굳이 시간이라는24시간 365일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봄이 가고 다시 봄이 오는 그 순환이 누군가에게는 어제의 일이될 터이고 누군가에게는 까마득한 꿈같은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자라고 성숙해가.. 더보기
37 유언장 후배가 뜬금없이 종이 한장을 내민다. 자기 유언장이라고 한다. 유언장이라기 보다는 자기 채권목록이다. 누구에게 얼마를 투자 명목으로 주었는데, 그 이자에 원금 얼마해서 돌려받을 금액이 적혀있다. 자기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채무자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꼭 기억하고 체크했다가 자기 아내애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후배는 주식을 비롯해 이런 저런 투자로 큰 손해를 봤다. 돈 씀씀이가 컸던 후배는 투자하는 단위가 컸고, 아내 몰래 투자해서손해본 금액이 자기 아파트 금액이었다. 착하디 착한 후배의 아내라도 견딜 수 없는 금액이었다. 무엇보다 같이 사는 남편이 속이고서 벌인 일에 대한 배신감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후배는 늘 그 문제로 속상하고 힘들어 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의리를찾는 후배.. 더보기
36 군중속에 섞이는 연습만 지독스럽게 한다 늦은 퇴근길, 지하철 개찰구앞에 한 여인이 바닥에 흩뿌려진 종이들을 줍고 있다. 여러 장의 메모지들이었다. 마구 흩어져 있어서 하나씩 줍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같았다. 줍는걸 도와줘야 하나?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나치면 돌아서는 것도 뻘쭘한 일인데 생각이 흘러가는 것만큼 발걸음도 성큼 성큼 내닫으면서 시선만 뒤에 남았다. 나를 비롯해 누구도 그 여자분을 도와서 메모지를 주워주는 사람은 없었다. 중년의 남자가 뒤에서 오는데 메모지들쪽으로 가길래 주워 주는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메모지 위를 지나가 버렸다. 짜증스러웠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거라고 그냥 도와주면 되지 그걸 그냥 지나쳤나. 무리중에 한 사람으로 섞여버리면 양심은 자유롭기는 하지만, 점점 습관이 되어간다. 에이 못났다 못났어. 늦은 저녁 집으.. 더보기
35 가장 맛있는건 중학교 졸업때 자장면이 먹고 싶었지만, 집안이 넉넉치 않아 어머니는 그냥 집에서 밥먹자고 하셨다. 뭐 복잡하게자장면 먹으러 가냐, 집에 가서 맛있는거 해준다는거였다. 실은 할머니까지 같이 오신 자리에 빠듯한 살림으로 살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개구쟁이면서도 조숙했던 남자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빠르게 눈치채고 친구들과 놀기로 했다면서 손을 흔들면서 막 달려 갔었다. 물론,졸업식에 만날 친구들이 어디 있었겠는가. 모두 가족들과 자장면 먹으러 갔을텐데. 남자는 그냥 터벅 터벅 걸어서그렇게 집으로 갔다. 폼나고 근사하게 식사하고 싶어도 어려운 집안 살림때문에 어릴적 남자의 집은 외식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 남자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근사하게 외식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주 넉넉치는 않아.. 더보기
33 두려움 운동을 하다 발목을 접질렸다. 중요한 친선운동을 3일 앞두고 다친 부상이라 속상하기도 하지만, 붓지는 않은 애매한 정도였다. 디딜때마다 뜨끔한 정도다.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하려해도 자신은 속일수가 없다. 통증은 그게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빠르고 폭넓게 가르쳐준다. 현 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 상태에서 어느정도 운동할 수 있을것인가 통증이 말해준다. 오랫만에 모이는 첫 모임따위는 기대도 하지 말라고 거두절미해 버린다. 그럴때면 고질적인 습관이 있다. 억지로 아픈 부위를 디뎌도 보고 만져도 보고 사용도 해본다. 누가보면강단도 있고, 정신력도 좋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두려움때문이다. 그렇게 아프지 않다가 아니라 그렇게 아파서는 안된다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절.. 더보기
32 빗소리 비소리가 참 싱그럽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후두둑하는 소리가들리지 않기도 한데조용히 집중해서 들어보면그만한 큰 소리가 없고그만큼 온 신경을 모으는 소리가 없어요. 밤잠드는 시각 그만큼 편한소리도 없죠.사람들은 모기만한 소리라는 말을 해요근데, 모기입장에서는 죽는 한이 있어도 자기 사는대로당당한 소리에요여름의 길목,가만히 새겨들어보면모기소리만큼 정말 큰 소리가 없어요.가벼워 보이고, 의미없어 보이는 일같아도, 신이 우리에게 맡기신 일에그보다 더 큰 일이 없고그보다 더 큰 소리가 없을듯합니다. 더보기
31 신이될까 제목: 신이 될까 지인분과 좋은 부페집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평소 가보기 힘든 곳, 맛난 식사와 교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중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테이블 주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사무실에 두고 왔나 싶어 사무실로 전화를 해봤지만, 회사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택시를 타고 오면서 두고 온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 핸드폰이있을만한 곳은 택시밖에 없었다. 택시에 두고 온게 맞다면 낭패였다. 그 택시번호도 기억나지않고 기사 이름도 생각나지를 않으니 찾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낭패였다. 각종 금융거래부터 받아야하는 문자들과 연락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각종 정보들이 다 날라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식사말미는 최악이었다. 달콤한 디저트도 커피 한잔도 즐길 여유가 없어졌고 동행.. 더보기
30 내 머릿속의 지우개 내 머릿속의 지우개 가난하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세들어 살던 집은 출판사 부장들이 주인인 집이었다. 삼성출판사와 동아출판사 부장들이 주인인 집이었다. 세들어 살던 집은 방을 하나 세를 놓은 것이어서 문을 열면 주인집 거실인 그런 집이었고 고등학교때 집은 2층집으로 2층에 세들어 살았다. 출판사 부장이었던 주인아저씨 거실에는 근사한 책장이 있었고 그 책장에는 멋진 세계문학전집들이 빼곡했다. 읽는 것보다는 장식용으로 보기좋은 책들이었다. 당시 전집들은 고가여서 가난한 집에서는 사주기가 여간 곤란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문만 열면 보이는 그 책들은 알음 아름 동생과 들어가서 읽었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자기 자식들은 책을 하나도 읽지 않는다면서 너희들이라도 실컷 읽으라고 개방을 해주셨다. 그래서 동생.. 더보기
29 개똥아 밥먹자 개똥아 밥먹자 그는 삼성을 다닌다. 그에게는그게 자랑이지만 당연히 그의 부모에게는 더 큰 자랑이다. 그런 그가 3년전 중국출장중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뇌출혈로 쓰러졌고 수술까지 해야했다. 아내와 3살난 아들이 있는 그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우려했던 실직의 두려움없이 그는 복직을 했고 예전처럼 다시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했다. 성격은 조금 변했다. 뇌를 열어서 수술을 하게 되면 사람의 성격이 조금 변한다고들 해서인지 그는 조금 신경질적이었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예전에는 순하고 착하던 그가 조금은 공격적으로 변했다고들 한다. 순진하고 철없는 공주같은 그의 부인은 그런 그의 변화가 힘들다고 종종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아내는 공주다. 그가 그렇게 부른다. 워낙 곱게만 자.. 더보기
28 세월이 모두 바다가 되게 하는건 아니다 세월이 모두 바다가 되게 하는건 아니다. 한창 팔팔하던 그는 호기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상사였고, 자신감이 넘쳐나다 못해 언제나 아슬아슬하기까지 했다. 사실이 아님에도 그가 주장하는 바는 저항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 강단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5시에 퇴근이라 해도 누구도 회사문을 나서기 어렵던 그 시절, 밀린 일도 개념치 않고 5시면 당당하게 퇴근을 하던 그는 모두에게 상대적인 열등감까지 주었다. 거의 20년가까이 흐른후 다시 만난 그는 당황스러웠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그의 눈빛은 흔들리기 일쑤였고, 입가에는 어색한 미소를 자주 띄웠다. 결단할 일에 대해서는 자신없어 주저하고, 누군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모습은 경청이라기보다는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다. 물러터진 두부 한가운데 젓가락이 쑥 들어가듯.. 더보기
27 진짜 영감은 게으름에서 나온다 진짜 영감은 게으름에서 나온다.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그 역에 완전히 몰입을 해서 빠져있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언젠가 연기에 관련한 책을 읽는중에 그건 틀렸다는 이야기가 생각이난다. 배우가 어느 역할에 100%빠져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100% 빠져버리게 되면 그 역을 맡고 있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감정이 넘치는건 아닌지 너무 건조한건 아닌지를 스스로 살피며 조절할 수 있어야 좋은 연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50%정도 몰입을 하고 50%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통제하고 조절을 해야 좋은 배우라는 것이었다. 동료는 지독한 자기 생각에 몰입해 있다.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본인은 자기가 맞다고 하면 그게 맞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힘들어 하고 싫어한다고 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