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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6회 달리기 달리기 달리기는 별로 좋아하는 운동이 아니다. 나는 상대가 있어서 힘을 모았다가 쓰는 운동을 좋아한다. 구기종목처럼 에너지를 모았다가 폭발시키는 데서 오는 희열을 잘 안다. 승부욕을 즐기는 것과는 다르다. 변화무쌍한 순간 순간들을 즐기는거다. 그래서 달리기는 그다지 좋아하지를 않는다. 반복적으로 하염없이 발을 내딛는것만큼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 또 있을까. 물론, 한번에 빨리 끝내는 100미터 달리기는 좋아하기는 했지만, 오래 달리기는 아니었다. 그 시간에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고말지. 그런데 오래달리기를 해보기로 했다. 왜 오래 달리기를 하려고 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았다. 별다른 자극없이 꾸준히 해야할 무언가가 생겨서 사전에 점검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는 달리기에 관해 쓴 어느 소설가의 글처럼 나도 내 .. 더보기
5회 공구함 공구함 공구함은 남자들의 로망이다. 어릴적 의자가 고장나면 아버지는 공구함을 들고와서 의자도 고치고 밥상도 고쳤다. 어린 자식의 눈에 아버지는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만물상, 맥가이버다. 무언가 부숴지거나 고장난 것을 고칠때 가족에게 받는 환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때 인정받는 그 뿌듯함. 고쳐내고 만들어내고, 창조주가 자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었을때 심겨진 DNA가 있는게 분명하다. 아버지의 공구함은 언제나 근사해 보였고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못도 담아놓고 망치도 담아놓고 드라이버도 담아놓고 공구함은 창조의 재료들이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때문일까, 우리 몸안에 DNA때문일까, 아뭏든 그럴듯한 공구함 하나를 마련했다. 아버지만큼은 아닌것같지만 곧잘 전문가 흉내를 내면서 뿌듯함이 생겼다. .. 더보기
4회 결정장애 제목: 결정장애 백팩 가방을 사러 마트에 들렀다. 선물로 받은 10만원 상품권을 쓰기에 가장 좋은 용도이다. 3층 가방코너를 가보니 가방을 파는 매장이 두군데, 한곳은 ‘America Tourister’라는 메이커와 일반 가방을 파는 곳뿐이다. ‘America Tourister’가 있는 매장의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맘에 드는게 몇개있다. 그런데 가격이 15만원에서 30만원대이다. 비용을 초과해야 한다. 고가일수록 눈에 들어온다. 일반 가방 코너로 가보니 가방 종류가 많기는 한데, 대부분 학생용이다. 다행히 그중에 눈에 띄는 가방이 있다. 생각보다 맵시가 있다. 그런데 얇은 끈이 눈에 들어온다. 보기에는 좋은데, 내구성이 떨어져보인다. 끈을 빼면 가방 디자인은 맘에 드는데, 쉽게 떨어지면 또 사야한다. .. 더보기
3회 직장이 아닌 직업을 요구하는 시대 한국이 중국에게 1:0으로 졌다. 우리 축구의 무기는 조직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 조직력이라는게 기본적으로 개인의 능력이 담보되야 극대화된다. 압박을 통해 조직적으로 공간을 차단하는 팀을 만나게 되면 조직력만을 앞세워서는 쉽게 승부를 가져가기가 힘들다. 공간을 만들고 압박을 부술 수 있는건 결국 개인의 능력과도 연관된다. 경기가 막힐 때 그 압박을 풀어낼 수 있는건 개인의 능력이다. 그 개인의 능력이 조직력이 될 때 강팀이 된다. 직장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직장에 대한 충성은 자신을 책임져 주는 보상으로 돌아왔었는데 그 공식이 깨져간다. 변화라는 압박속에 특별한 개인적 능력이 없는 선수는 퇴출된다. 약팀을 만날때야 조직이 함께 게임을 풀어가지만, 강팀일 경우에는 개인적인 역량과 능력이 얼마나 .. 더보기
2회 한국축구 중국에 지던 날 제목: 한국축구 중국에 지던날 중국에게 1:0으로 예선경기에서 패했다. 심각한 경기력 부재에 특징없는 전술로 인해 1:0으로 끝난게 그나마 다행일정도다.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 탈압박 능력등 뭐 하나 제대로 된것없이 압박을 들고 나온 중국에 허둥지둥 되기만 했다. 축구에서 아무리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라 해도 상대가 강력한 압박과 함께 조직적인 수비력을 갖추게 되면 결코 뚫을 수가 없다. 압박을 벗어나는 개인의 역량과 능력이 전제되어야만 그 조직력이 빛을 발할수 있다. 조직력이 허술하고 손발이 안맞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개인의 역량이 있어야만 게임을 풀어갈 수 있는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그게 없다. 조직의 기본은 개인의 역량이다. 조직의 독창성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집단사고이다. 지배적인 기존 사고방식에 .. 더보기
1회 6시 구두소리 제목: 구두소리 새벽 6시, “ 또각 또각” 앞서가는 여인의 하이힐이 예민하다. 그리 높지 않은 구두. 이른 아침 시간에 여인이 자신의 존재감을 살린다. 자신을 알리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중에 소리만큼 효과적인게 있으랴. “또각 또각” 리듬감있는 하이힐 소리는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무심코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암호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규칙적인 리듬이 깨어질 경우에는 그 주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게 분명하니 도와야 한다는. 이 고요한 시간에 혼자만 떠드는 소리 "또각 또각", 안도감이 충분해지니 슬슬 무례해진다. 나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는 소리는 언제까지라는 기약이 없고, 자신의 목적지까지는 무조건 복종하라는 메세지만 있다. 가장 안전해지는 순간까지 희생해야한다는 무언의 폭력이 되어간다. 종아리.. 더보기
볕좋은날 볕좋은날 / 어느 주차장에, / 힘들게 달려왔을 / 오래된 차 한대가 / 신을 벗고 쉬고 있다 더보기
밤이여 무섭지 않느냐 저녁단풍이 / 저리 / 아름답다 어둡다고 / 없는게 / 아니다 근데, / 어둡다고 / 없는걸로 / 안다 저리 / 샛노랗게 / 살아있는걸 밤이여, / 무섭지 / 않느냐 더보기
아이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시험일기"내가 올백 맞기엔... 좀 그렇다" 어른은 바로 앞에 있는 목표를 평생 쫓아야 하는데, 아이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