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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어느 장례식장 부산에서 몇 번 지하철을 타보기는 했다. 가족들과 놀러와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놀러도 다녀봤고, 업무때무에도 몇 군데 돌아다녀도 봤다. 지하철이 있는 곳은 이용하기가 편하다. 왠만한 곳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다닐 수가 있다. 지하철을 타면 15분정도 되는 거리에 장례식장이 있었다. 더듬더듬 가야하는 곳을 다시 숙지하고 지하철을 탔다. 사촌동생의 갑작스런 비보는 놀랍기도 했지만 은근 귀찮기도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왕복 교통비만 해도 10만원을 넘었고 조의금은 못해도 10만원은 내야하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다. 경조사비야 용돈에서 나가지 않고 아내가 지원을 해주니 낫지만 그래도 생각지 못한 지출이다. 나이가 들면 경조사비가 거짓말 조금보태 우후죽순처럼 생긴다.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직원이 청첩장이라고 .. 더보기
정동진 알몸의 여인 애초에 목사님과 친한 형과 떠나는 동해안 여름여행은 긴장감은 없었다. 목사님과 같이 가게 되면 몸가짐도 조심스러워지고 행동거지도 똑바로 해야할 것같은데 그렇지는 않았다. 어려서부터 만난 목사님에게는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나이차가 적은건 아니다. 경건하고 엄숙한 교회입장에서 보면 사실 목사님은 거의 날나리같았다. 군대 다녀온 친구에게 상가집에서 싸온 편육과 막걸리를 가지고 한강고수부지에서 만나자고 하지를 않나, 한번은 청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맥주도 시켜 한잔 따라주기도 하셨으니 이정도면 청년들로서는 거리감이 생길리 만무하다. 때론 야한 얘기도 하고 술과 담배에 대해서도 관대하니 말이다. 그런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철학을 가진 목사님은 아니었다. 그저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어려서부터 가르쳤고 나이들어 .. 더보기
23 르쇼콜라데디유 카페 제목: 르쇼콜라데디유 카페 일상적인 공간을 떠난 나만의 은신처. 매서운 눈보라속을 사는동안 화석이 되어버린 나의 모든 상상이 깨어나는 시간.대전 조그만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프랑스 초콜릿과 마카롱 전문가게 ‘르쇼콜라데디유’는 눈보라속 내 조그만 텐트다. 처음부터 알아서 선택한 곳은 아니었다. 잘 아는 지인이 가게를 열게 되면서 한번 두번 방문을 하게 된 것이 인연이다. 근 3년을 애용했는데, 서울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더이상 방문을 못하게 됐다. 하루 휴가를 얻어 아침 일찍 ‘르쇼콜라’ 카페에 들렸다. 익숙한 향기와 음악은 벌써 내 뇌의 식욕을 자극해 읽을꺼리 책 한권으로도 부족한 설레임으로 후끈 달아오른다. 쇼콜라 카페는 초콜릿 가게라 달콤한 향이 그득하다. 단내가 차고 넘치면 나중에는 거부감이 들텐데.. 더보기
22 로보캅 로보캅 남자는 가방의 촉감이 좋았다. 생일 선물이라며 아내가 백화점에서 사준 가방이다. 정장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손에 드는 서류가방이 늘 아쉬웠다. 전부터 들고 다니던 가방은 색도 바랗고 헤져서 거슬렸기 때문이다. 깔금하고 세련된 서류가방에 멋진 수트는 신사들의 로망이 아니던가. 하지만, 특별히 비싼 돈을 들여 가방을 구입해본 적이 없는 남자는 선뜻 거금을 들여 가방을 구입하는게 망설여졌다. 물론, 언뜻봐도 명품가방이 폼도 나고 멋지기는 한데 가격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이들면서 사람이 좀 깔끔할 필요가 있겠다 싶은 남자는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좋은 가방을 사달라고 했다. 털털한게 고맙기도하지만 늘 털털한 남편이 답답했던 아내는 잘 생각했다며 백화점에서 가방들을 둘러봤고 메이커 손가방.. 더보기
19 짠한 사람들 짠한 사람들 아들은 오랫만에 어미 아비를 찾아 저녁을 먹기로 했다. 수원에 사시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미안함에 아들은 날을 잡았다. 마침 전해드려야할 것이 있어서 찾아 뵙겠다고 하니 어미는 오지 말라고 한다. 어미가 오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잘 아는 아들은 잠깐 들리면 될 일이고, 어차피 저녁도 먹어야 할터이니 가겠다고 한다. 어미는 기왕에 올거면 수원역에서 내려 택시타고 오라고 한다. 아들은 수원역에서 전철로 화서역까지 가고 걸어서 10-15분정도면 가는 어미의 집을 굳이 택시를 타고 갈 마음이 없다. 어미는 다시 전화를 해서 택시타고 와 버리라고 한다. 어미는 ‘버리라’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그 단어안에는 어미의 단호함이 베어있다. 이도 저도 못하는 마음의 균형이 깨질때,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으.. 더보기
18 가짜 가짜 평소 같이 밥을 먹기 힘든 최고 보스가 비서들과 함께 밥을먹자고 한다. 사내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이야 좋아할 일이지만, 정치에별로 관심없는 나로서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의미없는 미소도 지어야 하고 보스의 기분도 맞춰야 하니그게 어디 맘편히 밥먹는 자리이겠는가. 여의도 어느 고급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다. 뭐, 내 돈 주고야 올리도 없는 비싼 식당이니, 보스덕분에 왔다. 고급스런 식당분위기에 깍듯한 인사, 정성스런 서빙등 그리고 기가막힌 맛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데가 없는 식당이었다.그런 의전자리가 익숙한 보스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인사를 받았고 덩달아 동행한 우리 일행도 같이 동일한 대우를 받았다. 가격을 보면 누구나 쉽게 오기 쉽지 않으니 식당으로써도 사람들을 필터링할 필요도 없을 것같았다. .. 더보기
17 불편한 영화 ‘보통사람’ 영화를 봤다. 예전에는 영화를 하루에 한편 많게는 두편씩도 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영화는 언제나 여가시간에 우선순위이기는 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화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보통사람’ 영화도 불편했다. 싸구려 감성을 자극해서도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도 아니다. 영화가 언제부턴가 대중의 묘한 부채감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은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건 누구의 몫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사람들은 부패한 권력에 의해 힘없이 착취되는 대상이다. 하지만, 보통사람이 자신을 지키는 힘은 스스로 깨어 뭉칠 때이다. 사실 ‘보통사람’이라는 영화 제목만으로도 이미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하는게 어렵지 않다. 구성은 진부하고 스토리는 뻔하다. 그럼에도 현실에 대한 .. 더보기
16 화장실이 술집 화장실이 술집 군산가는길에 어느 휴게소에 들려 화장실을 이용했다. 화장실이 정말 예뻤다. 심지어는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는 휴게소였다. 이쁘게 잘 만들어놓은 화장실에서 볼일을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사실, 경부선을 타고 가다보면 어느 휴게소는 화장실내에 카페같은 인테리어를 만든곳도 있다. 스마트폰을 충전도 할 수 있고 앉아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왠만한 집 화장실보다 더 청결하고 아기자기 했다. 공중화장실이라는게 우리의 인식속에는 언제나 불결하고 불편한 곳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화장실이 아주 세련되게 바뀌었다. 물론, 대다수의 공중화장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런데, 조금 비뚤어지게 보고 싶은 생각이 뭉실거렸다.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화장실을 이렇게 꾸미는 이유가 뭘까? 왜 사람들은화장실을 이렇게 .. 더보기
13 검은개 짖던날 1화 검은개 짖던날 남자는 검은개 짖는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3시. 검은 개 한마리가 불쑥 잠자리에 올라왔다. 왼쪽으로 몸을 돌리고 오른쪽으로 뒤척이며 무시하려 애써보지만, 검은개 짖는 소리가 점점 크고 선명해진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푹자야 하는데, 새벽 3시에 잠을 깼으니 이만저만 속상한게 아니다. 애써 다시 잠을 청한다고 해도 30분은 족히 넘을테니 불과 1시간여밖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남자는 차라리 시계를 보지 말걸 그랬다 생각했다. 시계를 보지 않은채 지금이 새벽 4:40분이라고 생각을 하면 시간은 그렇게 정해지는게 아니겠는가. 자신을 속일 수 있었을텐데, 몸이 보통 영약한게 아니다. 기어코 지금이 몇시인지를 알아내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대가가 어떨것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