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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18 가짜

가짜


평소 같이 밥을 먹기 힘든 최고 보스가 비서들과 함께 밥을먹자고 한다. 사내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이야 좋아할 일이지만, 정치에별로 관심없는 나로서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의미없는 미소도 지어야 하고 보스의 기분도 맞춰야 하니그게 어디 맘편히 밥먹는 자리이겠는가. 여의도 어느 고급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다. , 내 돈 주고야 올리도 없는 비싼 식당이니, 보스덕분에 왔다. 고급스런 식당분위기에 깍듯한 인사, 정성스런 서빙등 그리고 기가막힌 맛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데가 없는 식당이었다.그런 의전자리가 익숙한 보스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인사를 받았고 덩달아 동행한 우리 일행도 같이 동일한 대우를 받았다. 가격을 보면 누구나 쉽게 오기 쉽지 않으니 식당으로써도 사람들을 필터링할 필요도 없을 것같았다. 직원들의 대우가 극진하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대접을 받는다는건 기분나쁘지않다. 대접받고 받들어지면 기분 꽤나 나서, 그동안에 스트레스도보상받는 기분이다. 식사자리도 어찌나 고급스러운지 저절로 절도도 생기고 우아하게 ( 대체 우아하다는게 뭐지? ) 먹게 된다. 사람이 어떤 유니폼을 입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하지않던가. 예비군복만입으면 사회에서 어떤 일으 하던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데서나 담배물고 노상방뇨하고.( 그렇게 일반화 시켜버리고 전제해버리는건 또 얼마나 못된 집단의식인가  아뭏튼, 근래 먹기 힘든 대접을 잘 받으며식사를 마쳤다. 괜히 고급스런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내 존재가 그렇게 값어치 있게 느껴진다. ( 그건 또 얼마나 우스운건가. 대체 비싼 밥먹고, 서빙받았다고 값어치 있게 느껴지는 자아는 얼마나 싸구려인가 )나오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봤다. 좀 우스웠다.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특별한 사람이 된것같은 느낌도우스웠지만, 괜히 고급식당에 왔다고 갑자기 어깨에 힘들어가는건 얼마나 저렴한 생각인가. 조금 과장하면 어느나라 정상회담에라도 나가는 줄 알겠다. 물론, 매너있게 식당을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이기는 하다. 어차피 밥한끼 일뿐이고,내가 산 것도 아닌데 갑자기 무게잡으려는 자신이 좀 우스웠다. 그런 폼 한번 잡고 살지못하는데 대한 보상심리인가 아니면 열등감인가. 거울을보며 미소가 지어진다. “야 그거 진짜아냐



직원중 운전수가 있었다. 운전수는 회장을 모시고 다니니언제나 어디를 가나 대접을 받는다. 당연하다 다들 회장한테 인사하고 잘 보이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멀리에서 회장의 차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모두 공손하고 극진히다. 운전해온운전수에게도 극진하다. 운전하는동안 운전수가 회장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일단 잘해놓으면 보험은 되지 않겠는가. 회장차가 멀리서 나타나면모두가 나와서 꾸벅인다. 운전하는 운전수 입장에서는 자기가 몰고 있는 차를 향해 연신 고개들을 조아리니기분 나쁘지 않다. 아니 기분 나쁜정도가 아니다. 회장만큼은아니어도 그에 준하게 대접을 받으니, 자기에게 그럴 이유가 있는것같다.복장은 어떤가. 당연히 회장차를 운전하니 할 수 있는대로 단정해야 한다. 회장을 모시는 사람이니 격에 맞아야 한다. 머리도 단정히 올백으로넘기고 스스로가 보아도 근사하고 멋지다. 자기앞에 조아리는 사람들이 회장을 보고 인사한다고 하지만, 아뭏튼 회장의 자가용을 운전하는 자신도 일심동체 아니겠는가. 가끔회장님왈 그러면서 이름이라도 팔면, 모두들 얼마나 정성스레 경청하고 대우를 해주던가. 그렇게 알게모르게 목이 뻣뻣해지던 운전수는 결국 회사일 이 일 저 일에 이러쿵 저러쿵 말을 섞기 시작했다. 회장 버금가는 포스도 풍기고 말투도 느릿한 저음에 거들먹, 가식적인미소도 풍길 줄 알았다. 운전수는 자기차를 보고 고개숙이는 사람들의 예우가 자기것인줄 알았다. 그리고 어느날 운전수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가짜가 많다. 실존은 달라진게 없는데, 호객군처럼 부추기는 거짓된 미소에 속아 우리는  종종 덫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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