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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나의 방송일기 1 #방송일기 1 올해 들어 방송에서 가장 큰 변화는 영상작업이다. 영상을 통해 또 다른 미디어로도 복음을 동시에 전하는 일이다. 영상을 하다보니 라디오를 오랫동안 진행하는 습관이 눈에 들어왔다. 산만했다. 오랫동안 또다른 진행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무언가 다른걸 하느라 분주하다. 신기한건 상대방 말을 안듣는 듯 한데, 두꺼비 파리 낚아채듯 넙죽 넙죽 잘도 치고 들어온다. 물론, 라디오라는 오디오 매체의 속성상 굳이 눈을 보지 않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건 아니다. 며칠 그런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일상에서 습관을 곰곰이 돌아보니 일상에서도 그런듯하다. 말하는 사람의 눈을 오랫동안 보는게 아니라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해있다. 무엇인가를 만지던지 아니면 무엇인가를 먹거나 마시던지, 다른 곳에 시선.. 더보기
좀비사회 #좀비사회 좀비물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게 됐는지 모른다. 언제인가 우연히 봤던 ‘새벽의 저주’를 보고 힘들었는데, ‘나는 전설이다’를 보면서 매료됐던 듯 싶다. 좀비들은 특성이 있다. 오로지 자극에만 반응을 한다. 소리에 민감하고 사람냄새 (고기냄새)에 미친다. 평소에는 시체와 같은데, 자극이 주어지면 앞뒤볼 것없이 돌진한다. 심장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어서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다. 어떤 좀비들은 햇빛을 피하기도 하고 어떤 좀비는 햇빛과는 상관없지만... 그리고 좀비는 살아있는 그 사람도 감염시켜 똑같은 좀비로 만든다. 당연히 좀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집단이 된 좀비의 오싹함은 ‘월드 워 z’에서 좀비들이 이스라엘 담벼락을 미친 듯이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좀비영화의.. 더보기
복어집 두 남자 #복어집에서 아는 지인이 복요리를 잘 하는 곳이 있으니 식사를 하자고 해서 ‘복지리’를 먹었다. ‘복지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음식에 낯가림이 심해서 새로운 음식에 별로 호의적이지가 않다. 게다가 비린내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보니 생선종류에 대한 편식도 있다. 다행스럽게(?) 그 집 복지리는 괜찮았다. 손님들도 많았다 맛있는 집을 다녀오면 가족들과 같이 가고자 한다. 다음날 ‘복지리’를 좋아한다는 아내를 데리고 그집에서 점심을 했다. 아내의 만족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우리는 입구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고 우리 옆에는 두 명의 남자가 동석을 했다.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들으려고 한건 아닌데 목소리가 크다보니 자연히 듣렸다. 처음에는 기술적인 전문용어.. 더보기
할아버지 4가지 얼굴 # 할아버지 4가지 얼굴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이다. 기억은 필요한 것만 가지니까. 어쩜 더 많은걸 가졌는지 모르지만, 내게 허락된게 그렇다. 아쉽게도 손주로서 살갑게 대우받은 기억이 없다. 동생이 태어났을 때 개구쟁이 오빠는 억세고 통제가 어려웠나보다. 가정 형편도 어려웠고 해서, 부모님은 나주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나를 잠시 맡겼다. 1년은 안됐던 것같다. 그때 기억나는 시골생활은 적막감이 전부다. 매일 밤마다 시커먼 산을 보며 엄마 찾아 울었으니 조용한 적막감이 아이에겐 괴물과도 같았으리라. 그 시골에서 같이 지냈던 할아버지는 그닥 살갑지 않았다. 들은 이야기지만, 밥을 먹다가 할아버지한테 밥숟가락으로 머리를 맞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는 기억도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지금도 그 이야기.. 더보기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기다림 (스포아님) 오랜 단비를 맞는 설레임은 상쾌함입니다. 메마르고 답답한 먼지를 씻어내며 싱그러운 빗소리에 촉촉이 적셔진 도로를 바라보면 기다리던 마음이 한없이 싱그러워집니다. 기다림은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기쁨입니다. 기쁨이고 에너지이며 힘이기도 합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화제입니다. 영화를 스포하면 안되는게 에티켓처럼 되었고, 일부 게임사이트에서는 고약한 사람들이 갑자기 영화를 스포해버리거나 육성으로 영화의 정보를 말해버려서 공분을 산다고도 합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주변 사람들의 훌쩍이는 소리, 우는 소리도 들리더라구요. 마치 경건한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와우 !!! (정말로) 스포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기다림 끝에 감동과 감격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죠. 기다림이라는게 그.. 더보기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하려던 아버지 정신지체 1급 아들을 키우기 힘들어 도망가버린 아내, 남겨진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던 아버지는 삶의 짐이 너무 무거워 아내를 증오하며 함께 자살하려고 했는데... "길위의 나그네 인생" 이라는 발신 이름으로 온 편지 뜰안사랑 유튜브 '나의 방송일기' 편 더보기
나의 방송일기: 몇달동안 밤새 울었던 조선족 아주머니 한밤중에 진행하던 인생상담 프로그램 어눌한 목소리로 전해오던 한 여성분의 전화 몇달간 밤10시부터 새벽4시까지 울었다던 분.... 더보기
예수는 실패자인가 #예수는실패자인가 1990년 교회에서 중고등부 선생을 했다. 개척교회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고 그렇다고 자립했다고 하기에는 넉넉치 않은, 아이들이 많은 교회였다. 영등포 구름다리를 지나서이니 그다지 넉넉하던 동네도 아니었고 나그네도 많던 교회였다. 중등부때부터 알고 지내다 고등부로 올라온 아이중에는 ‘경천’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말을 정말 안듣던 아이였다. 기도시간에 대표기도를 시키면 대답도 안하고 그냥 멀뚱 멀뚱 있던 아이였다. 심지어는 5분가까이를 끌다가 결국 교사가 기도를 한 적도 있었다. “안해요” 그게 대답의 전부였던 아이였다. 무엇을 하자고 해도 언제나 시큰둥하고 지시하는 것을 듣지 않았다. 말수도 없고 퉁명스럽고,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무안케도 했다. 같이 있으면 분위기 다 깨는 그런 .. 더보기
커피맛 #커피는 쓰다 “너희 학교나 학원애들도 커피 마시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내리며 아이에게 물었다. “네” 요즘 아이들은 커피를 먹나보다. 내가 학교다닐때는 머리가 굳는다고 커피를 못먹게 했었다. 그래서 고3 학력고사가 끝나는날 처음 한 일이 커피를 마시는 일이었다. 금지된 것을 해도 된다는건 이제 성인이라는 의미였으니까. “너도 먹어봤냐?” “네, 학원 선생님이 수업때 졸릴 것같으면 커피를 사주세요, 냉장고에 싼타페도 어제 학원샘이 주신거에요” “아빠가 커피내릴려고 하는데, 커피 한잔 마실래? 이왕이면 따뜻하게 드립한걸 마시면 좋지?” “네” 아이는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커피를 내리고 물을 좀 많이 타서 아이에게 건넸다. 커피를 마신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맛없냐?” “써요” “ㅋㅋ 커피를 쓴.. 더보기
마스크형 초등학교를 막 다니기 시작하던 동네에 어느날 마스크를 쓴 형이 나타났다. 동네 형들과 구슬치기 하다 억울하게 구슬을 잃은 아이들은 형들에게 따졌고, 동네 형들은 그런 동생들을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그때 동네에서 처음본 하얀 마스크를 쓴 형이 동네 형들에게 막 뭐라고 했고, 우리는 구슬을 돌려받았다. 그 후로 ‘마스크형’은 자주 동네에 나타나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았고, 저녁먹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가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근처 공장을 다녔던것같다. 마스크형은 운동신경도 좋고 재미있기도 해서 인기가 많았다. 동네 형들과도 같이 어울렸지만, 마스크 형은 주로 동네 꼬마들을 이뻐하며 잘 놀아줬다. 게다가 비싸고 맛있는걸 잘 사줬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묘한 분위기가 동네 꼬마들에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스크.. 더보기
선악과 #선악과 창세기에는 선악과가 나온다. 하나님은 모든걸 다 먹어도 좋은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말라고 했다. 그 열매를 먹는 날에는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뱀이 하와를 유혹한다. “너희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고 너희가 그걸 먹으면 그 날로 너희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될 거야. 그래서 선과 악을 알게 될거야” 하와가 선악과를 볼 때 과연 먹음직스럽고 보기에도 탐스러웠다. 과연 사람을 지혜롭게 해주는 열매처럼 보였다고 했다. 근데 인류 최초의 사람이었던 하와가 죽음이라는 의미가 뭔지는 알았을까? 하나님처럼 된다는 의미도 얼마나 이해가 있었을까. 아담과 하와가 살던 때는 아무런 부족함이나 결핍이 없던 때가 아닌가. 그런 유혹에 흔들릴만큼 결핍과 욕망에 사로잡혔던 것일까... 더보기
사자처럼 해적처럼 차로 좀 가야하는 곳이지만 그 집 순대국은 맛이 좋다. 특히 이 집을 즐기는건 ‘순대만국밥'이 있어서다 . 순대국을 내장맛으로 먹는 사람도 있지만, 이상하게 내장은 별로인데 순대국은 맛있다. 밥을 말아먹을 때 그 고소한 맛때문이다. 그래서 내장을 빼놓고 먹거나 순대만 달라고 해서 먹기 일쑤였는데, 이 집은 아예 메뉴에 ‘순대만’으로 된 국밥이 있으니 딱이다. 뒷맛도 깔끔하고 냄새가 일체 나지도 않는다. 수저위 뽀얀 순대국물에 고기순대는 부드럽게 씹히는 순대의 고소함이 국물맛을 더욱 깊게 해준다. 이 집 순대국 아주머니는 손님대하는게 곰살맞다. 시덥잖게 많이 좀 달라고, 멀리서 왔노라며 말 장난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 받아준다. 신나서 혼자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중얼거리며 가버리지도 않는다. .. 더보기
영화, 말모이 누군 영화가 ‘국뽕’이라고도 하지만, 말을 지키려고 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다만, 조선말을 왜 지켜야 하는건지, 어떻게 그 조선말들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고증을 토대로 조금더 밀도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상업영화에다가 역사적 고증에 관한 디테일까지 요구하는건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재에 비해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이 진부해서 아쉽다. 왜 일본 제국주의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조선말을 막으려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상투적이고, 그 조선말을 지키려 하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극히 제한적이라 아쉽다. 말모이의 실제 주인공 ‘이극로’선생의 삶을 조명했거나 중점을 두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정해진 시대물에 인물들이 끼워맞춰지다보니 윤계상이 왜 그렇게.. 더보기
요한계시록 666 # 요한계시록 666 계시록에는 짐승이 나온다. 땅에서 올라온 이 짐승은 작은 자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자유인이나 종이나 가리지 않고,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했다. 지혜가 있다면 그 숫자를 세어보라고 하며 요한은 그 숫자가 666이라고 했다. 요한이 말한 666은 당시 기독교인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던 로마의 네로황제를 가리키는 암호일 수 있다. 묵시 문학이라는게 당시 억압가운데 처한 사람들이 상징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며 서로를 격려하던 방식이니 로마의 무서운 폭정앞에 절망하는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고 소망을 주는 복음서중에 복음서가 요한계시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계시록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상황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현재의 성.. 더보기
질투 질투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H도사, S누나 !! 한창 사춘기를 보내던 까까머리 중학생눈에 S누나는 천사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활짝 핀 웃음. 사춘기 중학생은 S누나를 몰래 몰래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전교인 수련회를 가서도 온통 신경은 S누나를 훔쳐보기만 할뿐이었고, S누나의 모든 움직임은 스틸사진처럼 한 장 한 장 소중한 사진으로 까까머리 중학생 마음에 차곡 차곡 쌓였다. S누나가 교회에 있지 않을까, 학교 수업이 끝나면 교회에 들르는게 일이었고 지금 올지 모른다는 행여 기대감에 밤 늦도록 기다리기 일쑤였다. 신앙심이 좋았던 S누나였기에 수요예배나 철야예배에 나올지 몰라,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고 일찍 오는 날에는 S누나가 오늘 예배에 오게 해달라고 땀방울이 핏방울되도록 .. 더보기
영화 극한직업, 누군가는 관객이고 누군가는 실재이다 영화 극한직업, 누군가는 관객이고 누군가는 실재이다 영화 극한직업. 누구나 꿈꾸는 이몽룡같은 영웅이야기, 미운오리새끼가 찬란하게 고니가 되어 날아오르는 카타르시스. 찌질했던 모든 삶으로부터의 비상 초등학교부터 어울려지낸 친구중에 유난히 못생긴 A라는 개구쟁이 친구가 있다. 꼬질 꼬질한데다가 까무잡잡해서 별명이 몽키였다. 성격은 순해서 친구들이 장난치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같이 잘 어울리며 놀던 친구였다. 한번은 동네 친구들끼리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오던 길이었다. 당시에 초등학교 아이들끼리 목욕탕을 간다는건 뻔한 일이다. 첨벙 첨벙, 요란한 물장난 그리고 목욕탕 주인의 고함.. 뭐 그런 수순이다. 그래도 그렇게 물에서 놀고 나오면 뽀얘지기 마련이다. 골목을 가다가 친구 어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인.. 더보기
하나님 약속은 가을 같다 하나님 약속은 가을같다. 절기를 따라 찾아온 가을은, 살인적인 더위에도 어김없이 정확하고 분명하게 약속을 지킨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하신 모든 약속이 다 응하여졌더라... 하나님 약속은 가을같다 더보기
회색분자 # 회색분자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시국관련 데모가 한창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사회참여 의식과 정치의식을 가진 건 아니었다. 대학생이라는, 데모라는 호기심과 허세로 휩쓸리던 친구들도 많던 시기였다.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 동기중 한 여자아이가 내게 시국에 대한 의견을 건넸다. 정치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나는 그녀의 질문들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식으로 말을 했다. 어느쪽이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창 이야기하던 그녀는 한심하고 답답했는지 “너 회색분자구나”라고 했다. 회색분자! 좀 당황스러웠다. 그 어감때문이었다.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기회주의자, 어정쩡한 중간지대에 서 있는 비겁자. 그런데 사실, 그녀의 말은 맞다. 분명히 나는 어떤 입장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보기
사회적 구원, 누가가 기록한 예수의 첫 설교 사회적 구원, 누가가 기록한 예수님의 첫 설교 예수님이 시험받을 때 마귀가 시험했던 것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었다. 개인적인 필요였고, 개인적인 욕망들이었다. 하긴 인류의 조상은 그 개인적인 욕망에 속절없이 무너졌으니까. 배고픈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빵을 만들어 보라 했고, 자신에게 절만 하면 권세와 명예를 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성전꼭대기로 데리고 가서는 뛰어 내리라고 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은 장소 성전꼭대기, 그곳에서 다윗이 광야에서 했던 고백을 이뤄보라는 것이다. 천사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쳐 너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한다고 자극한다. 물론, 예수님이 그렇게 못하실 분이 아니다. 마태는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잡히실 때 베드로다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 더보기
군중은 우상이다 군중은 사기꾼일 수 있다. 본질을 가리기 쉽다. 사실을 왜곡시키기도 쉽다. 내가 모르는 어떤 일도 군중의 소란스러움은 확신을 갖게 만들고 마땅히 품어야 하는 의심에도 믿음은 최면술사처럼 찾아온다. 모든 합리적인 고민은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소심하게 눈치만 보다 제 풀에 스스로 꺽어버리고 만다. 군중과 어울리지 못하는 개인은 어딘가 소속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주고, 소속감은 어떤 대가와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치환된다. 그래서 군중의 이 위압적인 힘은 합리적이거나 신뢰할만하다기에 불안하다. 나의 의심은 옆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확신을 갖지만, 옆 사람 역시 누군가를 통해 확신받았을 뿐이다. 그 누군가는 나로부터 확신을 가졌을지 모를 일이다. 군중이 그렇게 되는 이유는 힘때문이다. 다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