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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기다림 (스포아님)

오랜 단비를 맞는 설레임은 상쾌함입니다. 메마르고 답답한 먼지를 씻어내며 싱그러운 빗소리에 촉촉이 적셔진 도로를 바라보면 기다리던 마음이 한없이 싱그러워집니다. 기다림은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기쁨입니다. 기쁨이고 에너지이며 힘이기도 합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화제입니다. 영화를 스포하면 안되는게 에티켓처럼 되었고, 일부 게임사이트에서는 고약한 사람들이 갑자기 영화를 스포해버리거나 육성으로 영화의 정보를 말해버려서 공분을 산다고도 합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주변 사람들의 훌쩍이는 소리, 우는 소리도 들리더라구요. 마치 경건한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와우 !!! (정말로) 스포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기다림 끝에 감동과 감격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죠.

기다림이라는게 그렇습니다. 소중한 것에대한 , 배고픈데 맛난 먹을 것을 기다리는 기다림, 마음 설레이고 소중한 것을 만난다는건 축복과도 같죠.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을 만난다는 기다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기다리는 무엇이 있다는건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감격이고 에너지이자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기다림은 에너지입니다.

 

그 기다림이 너무 진부할 때도 있죠. 예수님이 나를 그토록 만나고 싶어한다는 그 진부한 기다림. 가장 좋은 것을 주시기 원하신다는 그 고루한 기다림.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그 질척거리는 기다림. 그분이 주겠다고 하는 모든 서프라이즈 선물들이 때로 고약한 시어머니 잔소리같기도 합니다. 심지어 그 모든 것들이 팩트라는 소문으로 난리법석이라해도 시큰둥합니다. 영화야 만든 이가 똑같은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관객의 마음을 모르기도 하고, 마케팅에 실패도 하기에 제공자가 점검해봐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기에 대중의 심리를 다 알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분이 한 인생을 향해 갖고 계신 놀라운 서사는 누구도 감히 스포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그 기다림이 고루하고 지루하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변한건 아무 것도 없는데. 그분의 사랑은 여전하고 은혜는 놀라워도 내가 심드렁해지면 기다림은 구질구질해집니다. 지루한 기다림, 기대감없는 기다림. 그건 하나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건 내 문제입니다. 내가 그분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딱히 필요감도 못느끼는 상태라는 겁니다. 문제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기다림의 성격은 내 상태를 말해줍니다. 어벤져스에 대한 기다림은 '스포'하나에도 그리 민감하게 하고,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라도 몇번을 보게 하는데...
하나님은 누군가에게 '어벤져스-엔드게임'이고 누군가에게 폭망한 싸구려 sf영화일뿐입니다. 중요한건 하나님은 여전히 하나님일뿐이라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