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일 에세이

마스크형



초등학교를 막 다니기 시작하던 동네에 어느날 마스크를 쓴 형이 나타났다. 동네 형들과 구슬치기 하다 억울하게 구슬을 잃은 아이들은 형들에게 따졌고, 동네 형들은 그런 동생들을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그때 동네에서 처음본 하얀 마스크를 쓴 형이 동네 형들에게 막 뭐라고 했고, 우리는 구슬을 돌려받았다. 그 후로 ‘마스크형’은 자주 동네에 나타나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았고, 저녁먹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가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근처 공장을 다녔던것같다. 마스크형은 운동신경도 좋고 재미있기도 해서 인기가 많았다. 동네 형들과도 같이 어울렸지만, 마스크 형은 주로 동네 꼬마들을 이뻐하며 잘 놀아줬다. 게다가 비싸고 맛있는걸 잘 사줬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묘한 분위기가 동네 꼬마들에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스크형에게 서로 잘 보이려는 것이다. 마스크형이 모두에게 늘 비싸고 맛있는걸 사준건 아니었다. 그래서 마스크형에게 이쁨을 받으려고 서로 옆에 앉으려고 했다. 형은 이뻐하는 꼬마를 옆에 앉혀놓고 같이 잘 놀아줬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 택함을 받은 아이를 부러움의 눈으로 쳐다봐야 했다. 마스크형이 사주는 비싼 아이스크림, 과자들. 하지만 마스크형은 오래도록 한 아이를 이뻐한건 아니었다. 어떨때는 몇주, 짧게는 1주일 그렇게 뜬금없이 다른 아이를 옆에 앉게하고 놀아줬다. 동네 꼬마들은 언제부턴가 마스크형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괜히 세수도 한번 더 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 마스크형 관심을 끌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끼리 서로 신경전이 심해졌다. 마스크형이 없을때는 끼리 끼리 돼서 헐뜯고 비방하고 욕하기 일쑤였다. 마스크형이 그런걸 싫어했기에 아이들끼리 있을때는 상냥하고 착하고 귀여운척했지만, 형이 없을때는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동네 꼬마들의 관심은 오직 마스크형이었다. 어느해 동네 어른들 요청으로 마스크형이 다시 오지 않을 때까지 동네 꼬마들의 관심은 오로지 마스크형의 옆자리였다. 




  제자들은 예수님 옆자리에 누가 앉는가로 늘 눈치싸움을 했던 것같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나중에 자신의 아들들이 예수님 옆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치맛바람이었다. 당연히 이를 지켜본 제자들은 분개했다. 베드로는 라이벌 요한이 늘 신경쓰였고, 자기 이야기할때도 요한이 어떻게 죽을지 물어보다 예수님께 핀잔을 들었다. 힘있는 자의 옆자리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옆자리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워진다. 본질을 잃지 않고 방향성이 생긴다. 옆자리의 관심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동반한다. 사람을 두려워하면 올무에 걸리게 되거니와... 옆자리에 대한 강한 욕망은 반드시 올무를 놓는다. 


'천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는 실패자인가  (0) 2019.03.13
커피맛  (0) 2019.03.03
선악과  (0) 2019.02.26
사자처럼 해적처럼  (0) 2019.02.21
영화, 말모이  (0) 2019.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