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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영화 극한직업, 누군가는 관객이고 누군가는 실재이다

영화 극한직업, 누군가는 관객이고 누군가는 실재이다


영화 극한직업. 누구나 꿈꾸는 이몽룡같은 영웅이야기, 미운오리새끼가 찬란하게 고니가 되어 날아오르는 카타르시스. 찌질했던 모든 삶으로부터의 비상


초등학교부터 어울려지낸 친구중에 유난히 못생긴 A라는 개구쟁이 친구가 있다. 꼬질 꼬질한데다가 까무잡잡해서 별명이 몽키였다. 성격은 순해서 친구들이 장난치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같이 잘 어울리며 놀던 친구였다. 한번은 동네 친구들끼리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오던 길이었다. 당시에 초등학교 아이들끼리 목욕탕을 간다는건 뻔한 일이다. 첨벙 첨벙, 요란한 물장난 그리고 목욕탕 주인의 고함.. 뭐 그런 수순이다. 그래도 그렇게 물에서 놀고 나오면 뽀얘지기 마련이다. 골목을 가다가 친구 어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인사를 반갑게 했고, 친구 어머니 역시 반갑게 맞아줬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A에게 말씀하셨다 “***야 넌 좀 씻고 다녀라” 지금도 이때 일을 얘기하곤 한다. 초등학교부터 청년까지 개척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을 했던 친구 A는 여전히 촌스러웠다. 예전 성탄절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물을 하는 설레임이 특별한 날이었다. 나 역시 좋아하는 동생에게 성탄이라고 선물을 했다. 특별한 선물에다가 감성어린 편지도 썼다. 좋아하는 감성이야, 일방적인것이긴 했지만 그 여동생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그리고 선물을 받아든 그 여동생이 물어온 질문은 A오빠 언제 오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 대신 이 선물을 전해주면 안되느냐는 것이었다. 성탄절이라고 으레 오빠들에게 주는 선물과는 다른 크기와 정성이 여실한 선물이었다. 나중에 친구들이나 형들이 전해준 이야기는 그 아이가 A를 좋아한지가 꽤 됐다는 것이었고, 심지어는 A도 알고 있는데 귀찮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때의 충격이란....우리나라가 중국축구에 10:0으로 지는 정도랄까. 게다가 A를 좋아하는 아이가 그 아이말고도 몇 명 더 있다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몽키라고 부르며 친구들이 놀리기도 하고 은근히 무시했던 친구였다. 물론, 같이 잘 어울리고 노는 친구였지만, 그 촌스러움과 고집스러움, 유치함.. 우리끼리 때로는 실소를 금치 못하던 친구였다. 그런데 나한테는 눈길한번 주지 않던 그녀는 몇 년전부터 A를 엄청 좋아하고 있던 것이었다. 당연히, 몰래 선물도 주고 만나기도 하고, 그럴때마다 A는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 귀찮아했던 것이다. 나는 그 아이 마음을 사로잡기가 그렇게 힘든데, 귀찮아 한다니... 어찌나 자존심 상하던지, 물론, 지금도 만나면 대체 왜 자매들이 친구 A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 우리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제3자들은 재미도 그런 재미가 없었다. 극적인 반전이 아니던가. 모두가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던 친구가 어찌 그리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은건지. 


극한직업이 딱 관객이 좋아할만한 것들이 포진됐다. 찌질한 모든 것들의 반란, 찌질이 오리새끼들의 화려한 반전. 게다가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요즘 세태에, 원치않는 치킨집 대박이라니. 류승룡이 이끄는 마약팀은 찌질하다. 반장도 무능하다. 멍청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냥 형사라고 해도 딱해보이는 그들이 마약반이라는 것도 처량하다. 범죄자들이 조롱까지 한다.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사서 범죄자들을 감시하지 않나, 수사비로 카지노에 드나들지 않나. 그에 비하면 강력반 형사들은 형사답다. 승진도 빠르다. 강력반 형사팀들만 멋진게 아니다. 국내 최고 마약범들은 느물느물하면서 잔인하기 이를데 없다. 마약왕의 보디가드는 황비홍도 이기지 못할 듯 싶다. 

찌질하던 거지가 알고보니 암행어사가 되어 권력자 변사또를 일거에 제압해버리고 춘향이를 구한다는 영웅서사가 한결같은 흥행코드이듯이, 그런 마약반팀 찌질이들의 영웅화과정이 영화의 흥행지점이다. 짜릿하지 않은가. 잠복을 위해 샀다는 치킨집은 대박이다. 마약반팀에 괴짜인 진형사는 아주 못생기고 촌스럽다. 못생기고 더러운 조선족 조폭들조차 무시하던게 진형사다. 그런데 미모의 동료 여형사는 그를 사랑한다. 제일 볼만한 곳이 얼굴이라고까지 극찬을 한다. A랑 다를게 없다. 게다가 그 찌질하던 형사들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헐

이런 이묭룡의 영웅서사에다 배우들의 빠른 호흡, 괜히 흐뭇한 상황설정, 개연성을 따지기전에 배우들의 호흡은 빠르고 상업적 재미를 들이밀어 버리니 영화적 재미의 손익계산은 손해볼게 없다. 이정도면 개연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에 관용을 베풀어도 괜찮지 싶다. 



인류 역사에 가장 영웅적인 서사를 꼽는다면 예수님만한 분이 있을까.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동안 그가 들었던 이야기중에 하나는 ‘나사렛’이라는 족쇄였다. 예루살렘정도는 되야지 어떻게 나사렛에서 메시아라는 인물이 나온단 말인가. 그 찌질한 동네. 아무리 예수님이 각종 이적을 베풀고 놀라운 기적을 행해도 그가 나사렛 출신 그것도 목수의 아들이었다는걸 아는 사람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팩트이다. 예수님과 그 가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가족이 얼마나 무식한 집안인지를 안다고 했다. 그 천한 지역, 찌질한 가족에게 약속된 메시아를 받는다는건 기가막힌 노릇이다. 어디서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예수님의 가족들조차 예수님이 미쳤다고 했으니 말이다. 예수님이 사역을 할때도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던 사람들도 가장 찌질한 사람들이었다. 창녀들이었고, 사마리아 사람들이었고, 세리들이었다. 병자들이었고 당시 사람들이 모두 배척하며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을 따른 12제자들도 보면 별반 다를게 없다. 어부들에 민족 반역자 세리까지. 이런 외인용병들이 없다. 영화속 마약팀보다 더하다. 그 찌질해 보였던 이들이 예수그리스도를 만나고는 인생이 모두 대박이다. 병이 낫고, 메시아를 직접 목격하고, 부활의 목격자가 되고, 사도가 되고, 죽어서는 천국이다. 


극한직업에서 우리는 관객인데, 인류의 슈퍼영웅 예수 그리스도는 삶을 영화현장으로 만드신다. 우리를 팀원으로 부르신다. 그분의 팀은 앉은뱅이던 거지들이건 창녀건 누구든 상관없다. 그분의 팀원이 되는 순간 영웅서사는 내 이야기 된다. 수원왕갈비 치킨집의 대박은 개연성없는데, 예수 그리스도라는 슈퍼 영웅서사는 현실이고 실재가 아닌가. 누군 구경꾼이고 누군 실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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