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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16 화장실이 술집

화장실이 술집

 

군산가는길에 어느 휴게소에 들려 화장실을 이용했다. 화장실이 정말 예뻤다. 심지어는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는 휴게소였다.  이쁘게 잘 만들어놓은 화장실에서 볼일을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사실, 경부선을 타고 가다보면 어느 휴게소는 화장실내에 카페같은 인테리어를 만든곳도 있다. 스마트폰을 충전도 할 수 있고 앉아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왠만한 집 화장실보다 더 청결하고 아기자기 했다. 공중화장실이라는게 우리의 인식속에는 언제나 불결하고 불편한 곳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화장실이 아주 세련되게 바뀌었다. 물론, 대다수의 공중화장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런데, 조금 비뚤어지게 보고 싶은 생각이 뭉실거렸다.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화장실을 이렇게 꾸미는 이유가 뭘까? 왜 사람들은화장실을 이렇게 꾸며놓는걸까? 요즘 왠만한 미디어에서 먹는것을 다루지 않는 프로그램이 없다. 1인방송이든 대형공중파 방송이든 먹는 것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은 단골메뉴다. 그러다보니 오죽하면 푸드 포르노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감각적으로 자극을 받으며 쾌감을 얻는 것에서는 식욕이나 성욕이나 비슷하다. 오죽하면 맛있다라는 표현을 같이 사용하는 영화도 있었을까. 대학가라고 하는 것도 사실상 먹거리외에는 별게 없다. 처음 아이를 데리고 이태원 경리단길이라고 다녔을때 들었던 실망은 그저 먹자 거리뿐이라는 것이었다. 그유명한 홍대거리도 돌아다니다 보면 그저 먹는것 외에는 특색있는게 없다. 가장 빨리 느끼고 간편하게 자극을 누릴 수 있는 것이야말로 먹거리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부패하고 타락하다 망한 모든 위대한 문명들에는 대체적으로 방탕한 식욕 성욕이 있지않던가. 욕망이라는 피라미드의 맨 위에 위치에 있는것이 식욕이 아닐까. 사유하는 것보다 간편하게 느끼는 욕망으로 우리는 포만감을 누린다



이 식욕이라는건 배설이라는 또다른 욕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 내몸안에서 무언가를 배출하고 비워내는 욕구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배설함으로써 욕망은 연장되고 그 욕망이 내 몸안에서 매끈하게 처리되어 방출된다는 쾌감. 카타르시스라고 해야하는걸까. 번듯하게 잘 꾸며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노라니, 화장실이 나의 배설을 장려한다. 뺀질나게 꾸며놓은 술집 아가씨가 매상을 독려하듯 나의 욕망을 격려하며 독려한다. 욕망은 욕망을 불러오고 그 욕망은 다시 배설이라는 욕망을 통해 다음 욕망을 더욱 채근한다.  이쑤시개로 이를 비벼대며 왁자지껄 번지르르한 남정네들이 화장실로 들어온다. 뭘 그렇게 맛있게 먹었는지 쩝쩝대며 볼일보는 이들에게 화장실은  야시시한 술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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