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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17 불편한 영화


보통사람 영화를 봤다. 예전에는 영화를 하루에 한편 많게는 두편씩도 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영화는 언제나 여가시간에 우선순위이기는 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화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보통사람’ 영화도 불편했다. 싸구려 감성을 자극해서도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도 아니다. 영화가 언제부턴가 대중의 묘한 부채감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은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건 누구의 몫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사람들은 부패한 권력에 의해 힘없이 착취되는 대상이다. 하지만, 보통사람이 자신을 지키는 힘은 스스로 깨어 뭉칠 때이다. 사실 보통사람이라는 영화 제목만으로도 이미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하는게 어렵지 않다. 구성은 진부하고 스토리는 뻔하다. 그럼에도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각성하지 않는 개인들에게 권력은 어떻게 작용하며 대중을 지배하는가는 영화의 대중적 소재라 여전히 매력적이다. 영화가 불편해지는 지점이 여기다.

 


민주주의를 이뤄낸 이후 부패한 권력은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민주주의를 성취했다고 생각했던 대중은 그게 단지 절차적인 민주주의일뿐 실재로 민주주의가 대중속에서 체화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역사는 진보하지 않고 퇴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됐다. 새롭게 진화하는 독재와 부패한 권력, 신자유주의에 따른 계급사회에 대중은 분노한다. 그런데 그런  대중의 감정은 영화로 소비된다. 부패한 현실에 대한 마음의 빚은 영화를 통해, 영화적 현실과 메세지에 대한 공분을 통해 해소된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단지 현실에 대한 분노와 우리가 해야만 하는일에 대한 마음의 부채가 극장안에서 영화에 더욱 몰이하게 만들 뿐이다. 현실속에서는 다시 무관심을 학습한다. 분노해야할 응축된 에너지는 현실에서 발휘되지 않고 영화를 통해 보상받으며 대중은 무력하고 무책임해진다. 난 이점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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