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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20 막현이

 막현이

 

막현이는 40대 들어서면서 더 자주 만나게 된다 늘 걱정이 많고 의심이 많은 막현이는 소극적이면서도 비관주의자이다. 막현이는 40대 후반에는 딱히 할게 없다며 한숨이다.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경력으로 도움이 되겠냐고 깐죽거리기도 즐겨한다. 어차피 50을 지나고 60을 지나면 경력이라는 것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텐데,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면 되겠냐고 잔소리다. 그래서 이것저것 어떻겠냐고 하면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답변은 없고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일쑤이다. 넉넉하게 모아논 재산 하나 없는 중년은 얼마나 비참할 것인지, 국민경제와 인구절벽이 가져오게 될 암담한 미래는또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하루에도 몇번이나 중얼거리는게 일이다. 누구는 그걸 몰라서 그러나, 대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현실이 녹녹치 않은걸 알면서도 잔소리해대는 막현이는 정말 밉상이다.  말을 못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어떤 날은 밤늦도록 이야기에 정신팔린적도 있었다. 막현이는 이제 남은 시간은 또다른 새로운 출발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일, 전문적이 기술을 갖는 일을 해야한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곤 한다. 그런데 아무리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해도 조급해서는 안된다고 훈수까지 둔다. 아는 척은 혼자 다하고 그래서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면 그건 또 다른 무슨 무슨 이유때문에 안된다고 하고, 그렇게 말만 할거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말던가. 그러다보니 막현이를 만나게 되면 혼란스럽다. 지금 현재조차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기보다 자꾸 의심하게 되고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막현이의 조급증이 불만이지만 사실 어찌 대답해야할 지 모를 때가 많다. 부정적인 이야기라고만 하기에는 막현이 이야기가 꼭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막현이는 늘 곁에 붙어다니려고 한다. 같이 밥먹자고 자주 찾아오고, 심지어는 화장실 갈때도 굳이 따라가려고 해서, 어떨때는 징글징글 하다. 혼자 있을때에 맞춰 찾아오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에 치여 낙망할때면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 수다를 떤다. 그런 막현이가 싫기도 하지만, 마땅히 하소연 할 사람이 없으면 자연히 막현이를 찾게 되고 그러면 막현이는 언젠든 달려와 이야기 상대가 되어준다. 가만 생각해보면, 사실 막현이가 먼저 찾아온 적은 없으니 막현이도 억울한 면이 있을 것같다. 막현이가 먼저 친구가 되자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막현이를 대상으로 책임을 전가해버리면 좀 덜 두려워지기 때문이어서일까, 밉상이라고 싫어하면서도 결국 막현이를 다시 찾게 되고, 막현이는 자위수단같다.

 

막연한 현실에 대한 두려움’ , 막현이는 내 두려움 1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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