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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23 르쇼콜라데디유 카페

제목: 르쇼콜라데디유 카페 

 

일상적인 공간을 떠난 나만의 은신처. 매서운 눈보라속을 사는동안 화석이 되어버린 나의 모든 상상이 깨어나는 시간.대전 조그만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프랑스 초콜릿과 마카롱 전문가게 르쇼콜라데디유는 눈보라속 내 조그만 텐트다.  처음부터 알아서 선택한 곳은 아니었다. 잘 아는 지인이 가게를 열게 되면서 한번 두번 방문을 하게 된 것이 인연이다 3년을 애용했는데, 서울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더이상 방문을 못하게 됐다.  

 

하루 휴가를 얻어 아침 일찍 르쇼콜라’ 카페에 들렸다. 익숙한 향기와 음악은 벌써 내 뇌의 식욕을 자극해 읽을꺼리 책 한권으로도 부족한 설레임으로 후끈 달아오른다. 쇼콜라 카페는 초콜릿 가게라 달콤한 향이 그득하다단내가 차고 넘치면 나중에는 거부감이 들텐데 쇼콜라의 향은 수줍다. 봄철에 찾아오면 나른한 햇살처럼 부드런 바닐라향이 샹송에 맞춰 온몸을 휘감더니 나풀 나풀 옆으로 비켜선다. 다시 달콤함을 잡을라치면 새콤한 과일향이 손을 내밀듯 말듯 리듬에 맞춰 장난치며 깔깔댄다. 봄에 찾아오는 쇼콜라는 온통 개구쟁이들뿐이다. 코밑을 간질이다가는 머리를 타고 올라 장난을 치고 갑자기 뒤로 와서는 애교스럽게 끌어앉고 다시 멀찌감치 미소띠며 윙크질이다. 겨울에  ‘쇼콜라 카페는 누님같다. 멀찍이서 간판을 보고 걸어만 와도 어서 오라고 손짓이다. 따스한 향이 언 몸과 마음을 녹이며 한참을 안아주면 그대로 잠이 들고 싶다. 따뜻한 쇼콜라’ 초콜릿 음료 한잔을 홀짝이노라면  취객처럼 몽롱하기도하고, 도인들 사는 산속을 구름처럼 떠나니기라도 하는 것같다. 

 


주인은 마카롱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만드는 마카롱과 초콜릿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 가장 좋은 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카카오 원액을 최대한 아까지 않으면서 촉촉한 꼬끄는 프랑스산 고미버터를 사용해야 한다. 커피에도 일가견이 있는 주인장은 신선하고 정확하게 로스팅 되지 않은 커피는 주문하지 않는다. 콜롬비아 신선한 커피와 프랑스 수제 마카롱과 초콜릿. 진짜배기들이 내뿜는 그 진한 향기의 축제는 삶을 설레이게 만든다


오래도록 잊었던 카페는 먼 추억같은 여행이 되고, 시간은 간수처럼 엄히 저녁을 깨운다엄동설한 지퍼가 내려지고 다시 텐트밖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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