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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24 암살자가 산다

암살자가 산다.

 

1970년 후반에 들어간 국민학교는 꼬마에게 거대한 세상이었다. 운동장은 끝없는 대지였고 수없이 많은 학급들은 미처 다 셀 수 없는 바다의 모래였다. 꼬마는 이제 국민학생이 됐다는 설레임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는 기쁨에 들떠있었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친구와 노는 재미도 꼬마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꼬마는 그네타는게 너무재미있었다. 친구와 함께 밀어주고 바꿔서 다시 밀어주고,  동네에서 놀때는 놀이터라는 개념도 없었고 마땅히 시설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들어간 학교에는 놀이 시설이 많았다. 놀이터가 마땅히없던 동네에서는 그야말로 신세계였고 그중에서도 꼬마가 가장 좋아하는건 그네였다.

 

꼬마는 수업이 끝나고 언제나처럼 동네 친구이면서 같은 반친구, 그러니까 1학년15반 친구 홍재와 그네를 탔다. 밀어주고 또 밀어주고홍재는 꼬마보다 덩치가 큰 아이였다. 당연히 힘이 좋은 홍재가 힘껏 밀어주면 꼬마는 멀리까지몸이 붕 날아갔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것같은 즐거움이 그만이었다. 그렇게몇번을 구름위를 나는 것처럼 좋아하던 꼬마는 어느순간 멀리 날아올랐다가 그네줄을 놓쳤다. 국민학교 1학년 아이가 버틸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높이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꼬마는 그대로  ‘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순간  꼬마는 생각보다 충격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머리로 떨어진게 아니고 거꾸로 떨어진 것도 아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반사적으로 왼팔꿈치가 먼저 땅에 떨어지며 충격을 최소화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뭏튼 생각보다 괜찮았다. 팔을 놓치던 순간 떨어진다는 공포때문에 죽거나 아니면 유리잔처럼 산산이 몸이 부서져 버릴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맨정신으로 있는 자신이 신기했다. 세상은 멀쩡하고 자신의 몸과 정신도 멀쩡한게 놀라웠다. 어쩌면 자신이 생각보다 천부적인 운동감각이 있는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경이로움과 재미난 상황에 팔을 짚고 일어나려던 꼬마는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알루미늄 야구배트로 있는 힘껏 자신의 머리를 가격하는 소리를 들었다. “ 크고 분명한 소리였다. 그리고 미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누군가 다시 불에 달궈진 예리한 칼로 왼팔꿈치를 깊이 쑤시고 들어오는것을 느꼈다. 뼈속깊이 숨어있는 가장 민감하고 여린 관절을 헤집기 시작했다. 꼬마는 차라리 기절을 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허물어졌다. 목이 쉬어라 비명을 지어내면 그 소리에 뇌가 아마도 깜짝놀래주기를 바랬다. 이게 뭔 소린가 집중을 할터이고 그러면 다른 모든 감각들도 잠시 몸 어딘가에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고문에서 관심을 뗄것 같았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됐다. 잠시후 거짓말같이 통증이 숨어버렸다. 어찌나 꼭꼭 숨어버렸는지 어디에서 아픔이 시작된건지 생각을 해야만 했다. 어디지, 어디에서 오는 비명이었지. 어디인지 찾아보아야 하는데 꼬마는 용기가 생기지를 않았다. 어둠속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 야구배트로 머리를 강타당할 두려움에 꼬마는 부들 부들 마음이 떨렸다. 야구배트에 뒤이어 날카로운 칼로 ’ 쑤셔댈게 뻔했다. 야구배트와 날선 칼을 손에 쥔 암살자가 숨죽이며 지켜보는게 느껴졌다.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날지 알 수가 없는 꼬마는 식은땀만 흘렀다. 몸 각 기관들이 숨바꼭질 하듯이 암살자를 숨겨놓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평온에 오히려 조바심과 의심이 생긴 꼬마는 다시 조심스럽게 왼팔을 들어올렸다. 어둠속에서 조용히 암살자가 꼬마 뒤로 다가왔다.  묵직한 알루미늄 야구배트가 힘껏 허공을 가르며 꼬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 . 잠시 틈도 주지않고 품에서 벌건 칼을 꺼낸 암살자가  꼬마의 왼쪽 팔꿈치를  찔렀다. 그리고 칼을 마구 돌려댔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꼬마는 차라리 기절을 하고 싶었다. 느끼지않게 의식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외마디 비명과 함께 힘없이 무너지자, 거짓말같이 암살자가 다시 숨어 버리고 평온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암살자의 위치를 파악했다. 어둠속에 숨었지만 그가 어디있는지 알아냈다. 왼팔꿈치에 숨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었다. 꼬마는 공포와 두려움에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만일 다시 암살자가 나타난다면 그는 이번에는 실수하지않고 자신의 생명을 끊어놓을게 분명했다. 그가 숨어있는 어둠속을 응시하며 꼬마는 벌뻘떨었다. 

 

홍재는 급히 선생님을 부르러 갔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꼬마를 조심조심 부축하며 선생님은 가까운 의원으로 데리고 갔다. 꼬마는 조심스럽게 걸어가면서도 자신을 노려보는 암살자의 눈이 무서워 시선을 피했다. 암살자는 소리소문없이 꼬마를 따랐다.

 

골절이었다. 기브스를했고, 그렇게 꼬마는 한참 기브스를 한 후에 회복이 됐다. 하지만, 암살자는 떠나지를 않았다. 한참 시간이 흐른후, 암살자는 왼쪽 팔꿈치에서 그의 뇌 한쪽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부러지는 소리나 꺽이는 소리가  들리면 암살자는 야비한 미소를 띠며 그의 기억을 다시 찔렀다. “” “”  암살자는 희롱하듯 입으로 소리를 뱉으며 비열하게 웃고는 이리저리 칼을 휘적거린다. 그의 머리에는 여전히 암살자가 산다


(12.1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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