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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4회 결정장애


 

제목: 결정장애 


   백팩 가방을 사러 마트에 들렀다. 선물로 받은 10만원 상품권을 쓰기에 가장 좋은 용도이다.  3층 가방코너를 가보니 가방을 파는 매장이 두군데, 한곳은 ‘America Tourister’라는 메이커와 일반 가방을 파는 곳뿐이다‘America Tourister’가 있는 매장의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맘에 드는게 몇개있다. 그런데 가격이 15만원에서 30만원대이다. 비용을 초과해야 한다. 고가일수록 눈에 들어온다. 일반 가방 코너로 가보니 가방 종류가 많기는 한데, 대부분 학생용이다. 다행히 그중에 눈에 띄는 가방이 있다. 생각보다 맵시가 있다. 그런데 얇은 끈이 눈에 들어온다. 보기에는 좋은데, 내구성이 떨어져보인다. 끈을 빼면 가방 디자인은 맘에 드는데, 쉽게 떨어지면 또 사야한다. 8만원이면 2만원을 돌려받을수 있다. 2만원으로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가, 분명 경제적으로 이득인데 불안해 보인다. 다시‘America Tourister’매장으로 가보았다. 적당한 가격선에서 15만원짜리가 눈에 들어온다.끈도 맘에 들고 괜찮아 보인다. 역시 메이커는 메이커인데,  문제는 가격이다. 5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5만원, 이것도 생각에 없는 지출이라 부담이 간다. 5만원이면 포기해야 하는게 얼마나 많은가. 일반 매장의 가방을 보고 다시‘America Tourister’ 가방을 본다. 다시 사야하는 일은 없는게 낫지 않을까. 결국 메이커 가방에서 고르기로 했다. 영 맘에 결심이 서지 않으면 다음에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15만원 검정가방을 매어본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역시 가격이 부담이다. 옆에서 왠지 눈치를 주는 것같은 직원에게 10만원정도의 가방이 없는지 물어본다. 마침 들고 있는 가방과 똑같은 가방이 있는데, 색깔이 황색이라 5만원을 할인해서 판다고 한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색상이서 그렇다고 한다. 104천원 ! 그 가방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점원이 내려간 사이 15만원 검정가방을 다시 매어본다. 검정이 무난하고 좋은데 아쉽다. 자기를 위해서 5만원쯤 못쓰나, 나를 위한 위로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쉽게 결정이 되지 않는다. 점원이 황토색 가방을 가져왔다. 색이 튄다. 그래서 5만원이 할인되는구나. 하지만, 가격이 경쟁력이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판단의 균형이 정확하게 5:5가 됐다. 결정장애를 안은채, 몇번을 들었다 놨다 해본다. 점원은 황색가방이 더 이쁜데 왜 가격이 내려간건지 모르겠다고 설득한다. 이런 결정장애 손님의 경우 결국 그냥 가버린다고 경험상 알고 있는걸까? 아니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걸까 의심이 든다. 두 가방도 지루해진 것같다. 한참을 들었다 놨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 황색가방 ! 결국 가격을 택했다. 5만원이 굳었다. 선택을 마쳤기에 이제 그 선택이 옳게끔 하면 된다. 색도 개성이 있고 가방도 예쁘고 탁월한 선택이다.



  돌아서 식품코너로 갔다. 아내 체력이 많이 떨어져 보여서 좋아하는 생선을 사기로했다. 역시 회를 가끔 먹어줘야지 큼지막한 회를 집고 연어회덮밥도 집었다. 옆에서는 먹음직스런 자반고등어를 판다. 시식을 해보니 여간 맛있는게 아니다. 아내는 자반고등어를 무척 좋아한다. 떨어져 지내면서 이 일 저 일 혼자 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든 아내에게 자반고등어는 그만이다. 머리도 손질되어 있고 한마리씩 포장되어 있다. 바로 집어 들었다. 물론, 내 용돈으로 사야한다. 내 용돈으로 사야 의미가 있으니까. 맛있다고 호들갑이겠지 흐흐웃음이 난다. 회랑 연어회덮밥, 자반 고등어 20개 묶음을 번개같이 결재하고 버스를 기다린다. 세상에서 나를 위한 결정이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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