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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1회 6시 구두소리

제목: 구두소리 


새벽 6시, 


“ 또각 또각” 앞서가는 여인의 하이힐이 예민하다. 그리 높지 않은 구두. 이른 아침 시간에 여인이 자신의 존재감을 살린다. 자신을 알리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중에 소리만큼 효과적인게 있으랴. 


“또각 또각” 리듬감있는 하이힐 소리는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무심코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암호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규칙적인 리듬이 깨어질 경우에는 그 주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게 분명하니 도와야 한다는. 이 고요한 시간에 혼자만 떠드는 소리 "또각 또각", 안도감이 충분해지니 슬슬 무례해진다. 


나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는 소리는 언제까지라는 기약이 없고, 자신의 목적지까지는 무조건 복종하라는 메세지만 있다. 가장 안전해지는 순간까지 희생해야한다는 무언의 폭력이 되어간다. 종아리를 다쳐 추월할 수없는 사람에게는 자비도 없고 동정도 없는 단호한 명령이다. 싫으면 추월하라는 메세지에 주눅만 든다.


"또각 또각" 어쩔 수 없이 하인처럼 따른다. 지나치고 싶지만 그럴 힘이 없는 경우 포로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나의 아침은 그렇게 누군가의 포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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