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이 될까
지인분과 좋은 부페집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평소 가보기 힘든 곳, 맛난 식사와 교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중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테이블 주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사무실에 두고 왔나 싶어 사무실로 전화를 해봤지만, 회사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택시를 타고 오면서 두고 온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 핸드폰이있을만한 곳은 택시밖에 없었다. 택시에 두고 온게 맞다면 낭패였다. 그 택시번호도 기억나지않고 기사 이름도 생각나지를 않으니 찾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낭패였다. 각종 금융거래부터 받아야하는 문자들과 연락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각종 정보들이 다 날라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식사말미는 최악이었다. 달콤한 디저트도 커피 한잔도 즐길 여유가 없어졌고 동행한 지인도 어수선하고 걱정스러워 하며 식사를 마무리 하는둥 마는둥 했다. 동료에게 전화를계속 하도록 부탁을 했고, 결국 조금 지나서 택시기사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부탁을 하니 기꺼이 회사로 핸드폰을 가져다 주었고 감사한 마음과 함께 택시비 1만원을 전했다. 십년감수한 마음으로 지인과 헤어지고 터벅 터벅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오는 동안 주머니에 있는거라곤 지갑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을 볼 일도없고, 멀뚱 멀뚱 섬이 되버렸다. 머리에 연결된 최첨단 중앙인공지능장치가 떼어진 것처럼
스마트폰은 내가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동시에 지능적으로하도록 도와주는 AI다. 전화번호도 말만하면 데이터를 다 가져다주고 전화를 걸어도 준다. 은행거래도 간편하게 그때 그때 처리해주고 모든 일정도 다 체크해주고 있다. 더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내가 다 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게 열어주는 AI다. 스마트폰 덕분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서 조금 더 진화해가고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된다.
얼마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다. 사피엔스는 전혀 다른 종으로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종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불편하기도 했다. 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거침없기 때문이었다.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고 하는게 맞는 것일까. 스마트폰에 떼어진채 아무것없는 알몸으로 멀뚱하니 전철을 타고 가는 내 모습은 그야말로 고대 원시인류같다. 시간과 공간속에 갇혀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몸으로 하는것이 전부였다.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없었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됐다. 종이 그렇게 적응에 실패하면 퇴화되는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제한됐다. 수십년 수백년이 흐르고 나서 보다 진화된 사회속 개인들은 지금의 인류를 보면서 우리가 그런것처럼 원시인류를 보듯 바라볼까. 원신인류가 지금의 우리를 본다면 신처럼 보듯이 말이다.
상상이 불가능한 자리에 낭만이 자리잡는다게 퇴화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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