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아 밥먹자
그는 삼성을 다닌다. 그에게는그게 자랑이지만 당연히 그의 부모에게는 더 큰 자랑이다. 그런 그가 3년전 중국출장중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뇌출혈로 쓰러졌고 수술까지 해야했다. 아내와 3살난 아들이 있는 그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우려했던 실직의 두려움없이 그는 복직을 했고 예전처럼 다시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했다. 성격은 조금 변했다. 뇌를 열어서 수술을 하게 되면 사람의 성격이 조금 변한다고들 해서인지 그는 조금 신경질적이었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예전에는 순하고 착하던 그가 조금은 공격적으로 변했다고들 한다. 순진하고 철없는 공주같은 그의 부인은 그런 그의 변화가 힘들다고 종종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아내는 공주다. 그가 그렇게 부른다. 워낙 곱게만 자란 그녀는 인생을 우아하게 사는 것이 가치관이다. 1년에 두번 이상은 해외로 여행을 나가야 하고 명품이 아닌 것은 걸치지를 않았다. 집도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드시 고쳐야 했고, 벌써 두번째 큰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빚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빚에 대해서 관대하다. 빚은 쓰라고 있는 돈이기에 대출을 받으면 그만이라고 한다. 그녀의 씀씀이로는 제 아무리 삼성을 다닌다한들 월급쟁이 형편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집안 경제는 그의 몫이었고, 그녀는 용돈을 받아서 사용한다. 하지만, 그녀는 뜬금없이 카드를 발급받았고 폭탄같은 카드고지서는 그와 그녀가 싸우는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
그는 그런 그녀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하지만, 평생을 알뜰살뜰 살아온 그의 어머니는그런 아들을 보는게 안타깝고 속상할뿐이다. 칼국수집에 가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때도 국물을 싸달라고 해서 집에서 한번더 우려먹는 그의 어머니로서는 며느리의 행태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로 인해 더 사이가 나빠질까봐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뿐이었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신경전을 벌이던 날, 그의 신경증은 폭발했고 그녀는 사이코라며 집을 나가버렸다. 나가서도그녀는 호텔생활을 전전할 뿐이다.
그와 그녀 사이에 큰 아들은 늘 사고뭉치다. 어린이집에서도 무서운 악동이고, 늘 초점없는 눈에 어디에 부딪혀 넘어져도 울지도 않고 무언가를 찾아 해매듯이 산만하다. 할머니는 그런 손자가 짠하다. 애정결핍으로 저러는게 아닌가 안타까웁다.
그렇게 살면서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중학생을 둔 아비와 어미가 될 것이고, 고등학생을 둔 아비와 어미가 될 것이고, 누군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도 될 것이다.
어릴적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것만큼 즐거운게 없었다. 소꿉장난도 하고, 다방구도 하고 오징어가이상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망까기도 하고, 그러다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대문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개똥아 밥먹어” 온 동네에 들리는 그 소리는 모든 놀이를 지워버렸다. 땅따먹기로 어마 어마한 땅을 가지고 있어도, 술래잡기로 한창을 신나게 놀아도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네, 엄마” 라고 외치고는 다 버려두고 집으로 신나게 뛰어들어갔다. 엄마가 부르는 순간 그렇게 치열하던 모든 놀이들이 가짜가 됐다.
누군가 “개똥아 그만 놀고 밥먹자”라는 소리가 그리운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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