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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27 진짜 영감은 게으름에서 나온다

진짜 영감은 게으름에서 나온다.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그 역에 완전히 몰입을 해서 빠져있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언젠가 연기에 관련한 책을 읽는중에 그건 틀렸다는 이야기가 생각이난다. 배우가 어느 역할에 100%빠져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100% 빠져버리게 되면 그 역을 맡고 있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감정이 넘치는건 아닌지 너무 건조한건 아닌지를 스스로 살피며 조절할 수 있어야 좋은 연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50%정도 몰입을 하고 50%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통제하고 조절을 해야 좋은 배우라는 것이었다.

 

동료는 지독한 자기 생각에 몰입해 있다.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본인은 자기가 맞다고 하면 그게 맞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힘들어 하고 싫어한다고 해도 그건 사실이 아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주관적인 시각이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외에 다른 생각의 여지가 별로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을만큼 편협한 자기 사고에 매몰되어 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이야기의 주어는 1인칭이고 언제나 나는 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이야기를 끊는 것이고 자존심이 허락지를 않는 것이기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부지런히 자기 생각을 고집한다. 주변에 있는사람들은 점점 피곤해지고 사람들은 그에게 마음을 닫아 걸었다. 동료는 자신의 똑똑한 의견에 사람들이 대꾸하지 못한다는 우월감마저 갖는다. 모든 것을 자기화해 버리는 동료는 모두가 화를 내고 있다고 전해도 그렇지 않다며 웃어버리는 희한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바라보며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히 자기 이야기에 집중하면 자기에게만 집중을 해야한다. 다음 단어를 생각해야 하고 다음 문장을 생각해야 하고 주위를 살펴야 하고, 나의 모든 에너지는 말하는 것에 온통 빼앗긴다. 이야기에 몰입을 하면서 재미도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살피고, 그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도 구상하느라고 100% 빠져든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줄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또 다른 나는 말을 건네고 싶지만, 이야기 하는 나는 너무 바쁘다. 자신에게 말을 건넬 틈이 없다. 넘치거나 모자라거나를 떠나 기가막힌 어떤 영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끝나고 들을 준비가 될 때까지 나는 기다린다

 

자기로부터 게으를때에야 비로소 사람은 자유해진다. 자신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 들리게 된다. 진짜 이야기와 영감은 게으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