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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시간 비로소 자유해진다


 30여년전 조그만 동네 교회에서 만났던 동생들과 모임을 가졌다. 1년에 한 두번 가지는 정기모임어릴적 이야기로 시간가는줄 모른다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빠지만같이 있을 때만은 예전 중고등학생으로 돌아가서 개구지다모일때마다 지나버린 30년이 훈장도 되고 상처같기도 하다시간은 누가 만들었을까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30년이라는 숫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냥 어제저제 일들이 모두 수평선에 놓이지 않을까우리의 사고속에 시간은 수직으로 일렬로 늘어서고지나버린 것들과 맞아들여야 할 것들이 정해진다굳이 시간이라는24시간 365일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봄이 가고 다시 봄이 오는 그 순환이 누군가에게는 어제의 일이될 터이고 누군가에게는 까마득한 꿈같은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자라고 성숙해가고 늙어가고 그 길어보이는 여정이 누군가에게는 하루쯤 꿈도 되고 누군가에게는 천년같은 꿈이 되지 않겠는가살아가는 각자의 품안에서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365일이기도 하고 누군가에는 하루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3650일이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살아가며 맞이하는 하루 하루는 나에 따라서 제각각이어야 맞는게 아닐까정해놓은 틀에 맞춰서 행복도 슬픔도 추억도 기쁨도 규격화된 틀안에서 찍어내져야만 하는게 과연 맞는 것일까. 30년은 3년같아서 어제 같기도 하고 300년같아서 그립기도 한 것일텐데감정과 상상은 짜여진 상자안에서 강요받는다.

 

누가 나의 삶을 숫자로 정해놓은것일까. 숫자에 맞춰 감정이 잉태되고, 상상은 거세된다. 숫자에서 자유로워지면 추억은 날개를 달고 비로소 신화로부터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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