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나는 평생 사각테안경을 써왔다. 고등학교 1년때부터 무테, 반무테, 뿔테등만 썼지 동그란 안경은 단 한번도 써본적이 없다. 왜 사각 안경을 그렇게 고집했는지는 모르겠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어느 배우가 인상적이어서 그랬던것인지 아니면 어릴때 보던 사각 안경테가 멋있게 보여서 그랬던 것인지. 가끔안경점에서 동그란 안경테에 시선이 가기도 했지만, 한번 써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두꺼운 안경을 쓰는 친구가 있었다. 안경을 쓰게된 이유를 얘기해주는데, 자신은 안경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안경을 쓰기에는 시력이 너무 좋아서 고민을 하다가 어느날운동장에서 태양을 바라봤다고 한다. 한참을 보고 사물을 보니 온통 빛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한다.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눈이 빨리 나빠져서 안경을 쓸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에 나가서 태양을 한참 쳐다본다는 것이었다. 그게 원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앞이 흐려지기 시작해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돋보기 수준의 안경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 친구 안경은 동그란 안경이었다. 동그랗다는 것을 의식한 건 아니었고, 썩 어울린다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느낌도 없었다. 그냥 단순하고 건들거리던 친구에게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는기억이 난다.
나는 아내에게 상남자라고 놀림을 받는다. 향수쓰는 것도 싫어하고 심지어는 로션 바르는 것도 아주 귀찮아 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안경은 신경을 쓰게 된다. 거울앞에서 이 옷 저 옷 신경쓰며 쳐다보는 아내처럼 안경은 내게 옷같다. 고등학교때부터 써온 안경인데, 그 안경이 언제부턴가 사각이기만 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왜 사각안경만 고집을 한 것일까. 동그란 안경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왜 그랬던것일까. 워낙 낯설어 보여서 아예 엄두를 내지 않았던 것일까. 네모에서 동그라미로 그렇게 튈 필요가 있을까. 지구는 편편한 사각이라고 알고 있다가 동그랗다는 것을 알았을때 중세사람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내 얼굴에 그런 충격을 주어야만 하는 것일까.
아내는 반대를 했다. 코가 동그란데, 안경까지 동그라면 안 어울린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안경도 동글, 코도 동글 무슨 코알라도 아니고. 반박을 했다. 눈매나 얼굴이 부드러워 보이지 않는데 동그란 안경을 쓰면 얼굴이 상대적으로 편안해 보이지 않을까. 누가 당신한테말도 못건데? 은근히 아내가 놀린다. 다시 동그란 안경으로한번 바꿔 보는 필요성을 얘기했다. 새로운 것도 필요하다, 부드러워진다, 비싼것은 단순히 동그랗지 않아서 사람 이미지에도 좋다, 외모를 치장하는 것에 관심이 없으니 이정도는 좋지 않을까, 사람이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게 아닐까… 장난과 농담으로 한참을 아내와 주고 받다가 아내가 짜증반 섞어서,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결국 못사게 될거라면서. 살 사람이면 그냥 안경점에 가 써보고 ‘나쁘지 않네’하고 사는데, 생각많은 당신은 결국 못사게 될거라고 한다.
난 내가 듣고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것 같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내가 내린 결정이 후회가 될 때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정장애의 본질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기적인 본능이다.
옳바른 선택이라는게 때로는 얼마나 상대적인가. 선택하면 그 선택이 맞게 하면 되는거다. 가자.
'천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 검은개 짖던날 2화 (0) | 2017.04.11 |
---|---|
13 검은개 짖던날 1화 (0) | 2017.04.10 |
11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0) | 2017.04.06 |
10화 조직은 어떻게 망하는가 (0) | 2017.04.05 |
9화 몸살 (0) | 2017.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