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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10화 조직은 어떻게 망하는가

조직은 어떻게 망하는가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척도는 소통이다. 박근혜 파면의 본질중 하나는 그녀가 결코 누구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듣지 않는다기보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을 들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에 반하거나 자신의 뜻과 다른 이야기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다. 2015년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던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배신’이라는 아이콘을 붙여버린 것이 어쩌면 일반 국민들이 그녀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한 단면이었을 것이다.


탄핵으로부터 파면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녀 주변에는 소위 ‘태극기 집회’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가 이 지경까지 왜 오게되었는가 본질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맹목적인 그녀의 추종세력들이 그녀로 하여금 자신을 더욱 확증편향키셨을 것이다. 또 아직 까지 여러가지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측근들이 그녀 주위에서 충성을 다했을 것이고 그녀의 자기확신은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듣고 싶은 것만을 듣고 내리게 되는 오판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강력한 힘을 가진 리더가 소통의 위험에 쉽게 빠지고 조직을 위험하게 하는 데는 자신의 절대적인 힘과 권력때문이기도 하다. 권력자는 그 힘을 즐기고 싶고 그 힘에 기생할 아첨꾼도 싫지가 않다. 더구나 어느정도의 성공을 이뤄낸 리더의 자만은 더욱 그런 사람을 찾게 한다. 인정받고 싶으니까. 쓴 소리보다는 옆에서 가방을 들어주는 사탕발림은 누구에게나 달콤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과정쯤은 희생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왔던 우리 짧은 경제 역사도 한 몫을 했다고 봐야할 것같다. 단기간에 배부르기 위해서 목적에만 집착을 해왔고, 그것이 다수에게는 만족감을 주었기에 사회적 인식의 합의가 이뤄졌다. 소통을 통한 열린 사고는 속도만 늦출뿐이다. 이런식의 성공적인 모델의 원형이 여러 조직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구속에 대한 분노로 ‘미래본’을 폐지하고 홍라희를 사퇴시키기로 한 것도 경영상 판단을 떠나 리더의 의중에만 집중하는 비뚤어진 조직구조의 한 단면이다. 신세계가 ‘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고, 최고 오너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는 안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당시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했던 박근혜의 사고 방식에 누가 쓴소리를 하려 했겠는가.


오너는 부정오류를 범하기 쉬운 경영자 사고에 빠지기 쉽상이다. 그렇게 해서 간부에서 간부로 올라서는 직원들은 자신이 보았던 그 리더쉽의 일부분이라도 맛보고 싶어하게 되고 조직은 정치와 의전만 남은 채 소통은 사라지게 된다. 조직이나 개인의 성패는 그렇게 정해진 길을 가게 된다.

(원고지 6.60매)


...글쓰기란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더이상 자신에게 머물 필요가 없고 자신이 창조한 우주에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 / 프리츠 게징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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