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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7화 정글


제목: 정글

마트는 정글같다. 온갖 육식동물들이 사냥감을 찾아 눈을 번득거린다. 요란한 카트소리는 배고픈 짐승의 배곯는 소리같고, 비어있는 거대한 위장처럼 카트는 이제 사냥할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포만감에 기분 좋아보인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카트에는 뭐가 담겨있나기웃거리며 자신의 먹이를 가늠도 해본다. 오고가다 부딪히는 다른 카트는 배고픈 욕망을 더욱 자극해 괜시리 짜증스러워 으르렁 거리게 한다.

식품 코너로들어가는 입구에는 오늘이 처음인 것같은 앳된 아가씨가 아이들용 스틱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여느 식품코너처럼 시식용으로도 스틱 아이스크림을 잘라주고 있다. 시식용 아이스크림은 놓기가 바쁘게 사라져 버린다. 자기 앞에서 먹을 것이 내려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조용히 날개짓 한번 하지 않고 내려와 매처럼 먹잇감을 낙아챈다. 한번에 두개의 먹잇감, 그리고는 사냥해온 먹이를 자기 새끼와 남편에게 먹인다. 사냥감을 놓친 다른 발톱들은 빨리 또 자르라고 무언의 메세지로 그르렁댄다. 아가씨는 눈빛한번 올려보지 못하고 다음 시식품을 자른다. 낙아채고 자르고. 경력이 별로 없는 아가씨는 초식동물같다. 발톱같은 이쑤시개를 곧추세운 육식동물앞에 오들거리는 토끼. 육식동물 공격권안에 들어오면 겁을 먹어 꼼작도 못하는 영락없는 제물이다. 다시 자르고 낙이고. 박자는 늘 반박자가 빠르다. 그래서 아가씨의 템포도 엉망이다. 고개 한번 들지못하고 그렇게 반복하기를 몇번 . 시식품이 끝났다. 그러자 모두가 다른 먹이를 찾아 흩어졌다. 굴에서 고개 삐죽 내밀며 사냥꾼이 가버렸나 확인하듯 아가씨가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그러기를 잠시 다시 한무리의 하이에나떼가 희번덕 거리며 다가온다. 아가씨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배를 채운 카트들과 아직 배고픈 카트들이 으르렁 대며 마트안을 헤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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