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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에세이

11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40대이면 생각하던게 있었다일단 머리를 기르는 것이다개인에게있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만큼  사회적검열이 있을까때가 되면 머리가 지저분해 보여서 잘라야 한다고 미장원을 찾는다물론미용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여자분들이야 그렇지는 않지만사실 남자들은 그게 영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언제부터인가사회가 개인에게 멍에처럼 메어놓은 검열중 하나가 정해놓은 머리를 한없이 기르는거라고 생각을 했다더구나남자가 그렇게 기른다는 것은 여전히 일상적이지 않다수염은 잘 모르겠다사실 수염은 본인이 더 불편해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수염도 외국에나오는 털많은 사람처럼 멋지면 모르겠는데이건 뭐 이방정도 수준이라면 차라리 기르지 않는게 낫겠다싶다.

 

머리를 기르는게 아니라면 삭발을 해보고 싶었다자유롭지 않은가가름마를 어떻게 할 것인가매일 아침 머리를 감을 필요도 없는데다가 탈모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이 또한 얼마나편한가더이상 머리카락을 가지고 신경을 세울 필요도 없으니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사실 머리를 기르는 것은 관리를 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삭발을 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에 신경을 빼앗기며 감정을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근사한 혜택인가젊어서 그렇게 한다면야 뭐 멋드러질수도 있지만 중년이 되어서 그렇게 하면 이 얼마나 명확한 메세지인가단지멋드러져 보이는 것을 넘어 메세지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꼭 동양사람이 하면 뭔가 불량스러워 보인다또 사회와 부조화를 이루는 일탈로 보여서 썩 곱게 보이지도 않는다외국 사람이 그렇게 하면 당연히 멋드러져 보인다.




가끔 장례식장을 가면 어차피 다 흙으로 돌아갈 몸인데우리는 구애받는게 뭐가 그리 많을까나 스스로가 내가 만들어놓은 창살에 끼여서 평생을 사자처럼 그렇게 살다가는게 억울하지 않을까언제부터 누가 그렇게 사회적 규례를 정하고 그것이 온당하고 옳은 것으로 정했던 것일까. 80년정도 노예처럼 틀에 맞춰 살다간 자리에 또 다른 이의 무덤이 만들어져도 우리는 두려움에 우리를 벗어나지못한다어느날 어느 시점에 자유로워지면 어떤 기분일까그럴수나있는건가평생 그런 고민으로만 살다가 어느 소설가의 묘비명처럼 내가너 그럴 줄 알았다라고 묘비명이라도 새기는게 아닐까.  

 

40대 후반은 지난간 것들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후회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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