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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00세를 기념하는 생일 축하 잔치를 피해 양로원을 도망친 알란’ , 요양원을 나온 이 할아버지는 갱단의 돈가방을 우연히 맡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을 가지고 가버리는 100세 노인은 중간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친구가 된다.

  소설은 두가지 이야기를 축으로 한다. 양로원을 나와 길을 떠나는 알란의 현재 이야기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으면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역사의 각 무대마다 관여를 했던 알란의 이야기이다. 저자 요나스 요나손의 상상은 능청스럽다. 능청스럽고 기발하고 즐겁다. 2차 세계대전 전후 역사의 고비마다 있었던 중요한 장면들은 현대사의 긴장이 팽배하던 순간들이다. 그 고비마다 알란은 등장한다. 폭발물 제조에 탁월한 전문가로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프랑스, 소련 그리고 북한의 지도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동화처럼 역사적인 순간에 개입을 하게 된다. 그 순간마다 저자는 독자에게 긴장감이 아니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알란은 사건의 고비마다 당황하거나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법이 없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주인공 귀도 오르피스처럼. 현실은 어차피 현실이고 상황이니까 어쩌겠냐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것이 거창하고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 것 아니다. 사람 사람이 만나는 개인과 개인의 일상사가 아니겠는가. 그 역사의 대서사시라는 것도 결국 개인의 일상사에서 시작되는게 아니던가. 그 능청스러운 우연을 재미있게 전개한다. 그래서 100세이기에 인생의 우울함속에 갇혀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알란 100세에 다시 문을 밀치고 나와서 다시 동화같이 유쾌한 삶을 산다. 갱단 두목이 같이 어울려 친구가 되고, 형사가 친구가 되고 고약한 욕쟁이 여인도 같이 친구가 된다.


  100세를 기준으로 인생을 바라볼때 소설 전체가 우리 시간을 관통한다. 그 인생을 바라보면서 인생이라는게 틀에 매이고 구속되어 살기에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자유를 즐기고 자기가 행복하고 친구를 만들고 그렇게 살아가기만 해도 짧은 시간이 아니겠는가. 각종 상황에 얽매인 인물들의 변화가 조금은 설득력이 없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일관되게 즐겁다.

   삶에 대한 자기 주도권을 쥐고 낙천적으로 자유롭게 살아도 짧은 시간 아닌가 알란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