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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좋더만

'갑자기 혼자가 되다' 실사판 로빈슨크루소

배를 타고 세계일주에 나선 연인. 낭만적이던 여행은 태풍을 만나 남미 어느 무인도에 갇히고만다. 누구도 오지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꿈꾸던 야생의 생활, 하지만 펭귄들의 집단 군락지이 섬은 그들에게 악몽이 되어간다.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은 더욱 두려움만 키워가고 무너져가는 두 연인의 심리는 점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멀리 지나가는 여객선에 한줄기 희망으로 구조를 요청하지만 그마저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게 되고 남자는 좌절속에 앓아눕게 된다. 자신만이라도 생존해야한다는 절박감에 여자는 남자를 버려두고 낡은 오두막 ‘40’을 떠나기로 결심을 한다. 추위와 배고픔의 힘겨운 행군끝에 여인은 과학탐사기지에 도착을 하게 되고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버려둔 연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다시 오두막을 찾아오고 남자는 여자가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죽는다. 비참한 몰골로 죽어가는 남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빠진 여인은 그렇게 구조가 된채 프랑스에서 국민적인 관심과 환대를 받는다. 여인의 생존을 영웅시하려는 매스컴의 관심과 죄책감 사이에서 여인은 고민과 방황을 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고자 홀로 낯선곳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여인은 오랜 방황과 죄책감에서 자유를 얻게 된다. 


무인도 생활에 낭만이라는건 없다. 척박하고 거친 자연환경과 맞닥뜨려야 하는 인간은 비참하고 연약한 존재이다. 이 소설은 환경앞에 무너져가는 인간의 심리를 꼼꼼하고 사실적으로 따라간다. 펭귄을 잡아 식량을 해야하는 두 인물의 사투와 펭귄고기의 생생한 묘사등은 사실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작가 스스로가 요트로 세계일주를 해본 경험이 있기에 어느 작품보다 생존에 대한 처절함이 실감있다. 무엇보다도 무너져가는 두인물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서로를 의지해야함에도 생존앞에서 결국 이기적으로 혼자가 되어가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긴장감 있다. 특히, 여자가 살아남기 위해 아픈 남자를 버려두고 홀로 길을 떠나 마침내 탐사기지를 찾아내는 장면에서는 몰입감도 좋고, 그렇게 버려둔 남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다시 찾아온 오두막에서 여자의 절규는 이 소설의 백미이다. 

단순히 무인도 생존기로 끝날 수도 있는 소설은 문명이 어떻게 상품화 하는가를 보여준다. 그 소란스러움 가운데서도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버린것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여자의 심리는 이제 문명속에서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사투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유를 얻는다. 

로빈슨 크루소같이 무인도 생존기에는 호기심과 재미가 있다. 하지만, ‘갑자기 혼자가 되다’ 이 소설은 무인도라는 자연앞에선 인간의 혹독하고 끔찍한 생존과 심리묘사가 훌륭하다. 편안한 문명의 이기속에서 살아갈때는 몰랐지만, 고통스런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공포와 두려움이 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갉아먹으며 변모시키는가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