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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좋더만

미드추천 '베터콜 사울'

잘 만든 미드의 강점은 긴 호흡이다. 긴 호흡은 캐릭터의 안정감을 주고 플롯설정에 있어서도 안정감을 주며 구도를 디테일하게 만들어 준다. 반대로 거액의 제작비를 쏟아붓는 영화의 경우에는 제한된 시간에 캐릭터를 설정하고 플롯을 구성해야하기에 압축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물론, 늘어질수도 있고 밀도있게 그려질 수 있는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뭏튼 충분히 확보된 시간은 탄탄한 플롯과 입체적인 캐릭터의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반면 엄청난 제작비를 쏟을 수 없기에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영화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볼거리라는건 이제 좀 신물이 나지 않던가. 




베터콜 사울에 나오는 ‘지미 맥길’은 탁월한 순발력과 머리회전으로 사기를 치던 인물이고, 형을 보고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다음에 누구도 눈치 채지못하게 변호사까지 된 인물이다.그러나 학벌이 중시되는건 모든 사회가 마찬가지. 사이버대학으로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지미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없다. 그런 아웃사이더로 온전히 자리잡기 어려운 지미는 천부적인 자신의 머리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가지만 그런 지미와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형 ‘척’이다. 





형 ‘척’과의 대립이 시즌 3까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미에 비해 앨리트 코스만 밟아온  형 척은 지미에 대한 편견과 피해의식이 있다. 그런 척에게는 특별한 알레르기 증세가 있는데, 그런 형을 돌보는 둘의 관계는 일반적인 형제애와 다를바 없어보인다. 하지만, 형 ‘척’의 우월감과 피해의식으로 인한 대립이 극의 긴장감을 다시 조인다.  그 긴장감이 이 미드를 끌고가는 극적인 재미이기도 하다. 동생을 위하는 것같고, 악의없이 형제애가 회복되는 듯하다가도 우월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못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지미와의 대결은 누가 이길 것인가 시청자에게 즐거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마치 ‘대학살의 신’에 나오는 인물들의 대립처럼 ‘지미’와 ‘척’에게 시청자는 반복적으로 충분히 납득당하고 만다. 얼마나 살아있는 캐릭터들인가. 마치 처음에는 그냥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스스로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결정하는 것같은 싱싱함. 




물론, 이 미드의 진짜 재미중 하나는 ‘스핀오프’라는 점이다. 전설적인 미드 ‘브배’의 인물들이 어떻게 변해오는가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브배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독자적으로 ‘베터콜’만을 보아도 충분히 재미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탄탄한 플롯이나 살아있는 캐릭터가 주는 기쁨, '베터콜사울'. 이 미드를 보고 있으면 현란한 말솜씨로 사기를 치며 살던 ‘지미’에게 우리 역시 설득당하고야 만다.  ‘지미’의 캐릭터에 기가막히게 빠져들었다, 나왔다가 다시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미드이다. 이런 기가막힌 캐릭터를 '브배'에서 왜 조연으로 썼던 것일까. 그 다음편을 염두에 뒀던 것일까. 현재 시즌 3가 완료된 베터콜 사울. 이제 본격적인 '브배'의 '사울'로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가 된다. 정주행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