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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좋더만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스파링으로 하루 하루 먹고 살아가는 조하는 어느날 우연히 친구와 식사를 하던중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를 만난다. 내키지 않지만 숙식문제만 해결해도 큰 도움이 되는 조하는 엄마집에서 당분간 지낸다. 엄마는 진태라는 아들을 데리고 사는데, 진태는 자폐증을 앓는 아이로 조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다. 진태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피아노에 천재적이다. 도망간 엄마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조하는 어느날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당대 최고의 피아노 유망주를 만나게 된다. 


지극히 평이한 감성적인 영화는 신파라는 함정을 갖는다. 그런 영화는 특별한 갈등이나 드라마틱한 상황 전개도 별로 없다. 물론, 갈등구조도 다르다. 상처에 대한 회복이라는 감정선은 자칫 밋밋하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다. 상처를 회복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회적 편견이나 한계를 이겨나가는 인물에게서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사회의 낙오자로 근근히 살아가는 조하는 아픈 상처가 있고 그 상처는 엄마, 동생과의 재회로 회복되고 치료된다. 가족으로 인해 생긴 상처는 다시 가족으로 회복되어져야 한다. 가족이 아니고서는 다시 회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물의 갈등이 밍밍하기가 쉬운데, 그나마 오바되지 않은건 이병헌의 몫이 크다. 이병헌을 생각하면 진짜 배우로서 그의 노력을 본다. 뵨사마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어도 그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로서 길을 갈고 닦은 그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억지스럽지 않고 불필요하게 힘도 들어가지 않는 그의 연기를 보는건 즐거움이다. 한때 욘사마라고 해서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용준은 그 인기 하나로 사라져버러지 않았던가. 




이병헌의 정갈한 연기가 감정을 넘치게 하지 않고 담배하게 한 덕분에 영화가 그럭저럭 힘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하류인생의 복서가 엄마와 동생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형으로서 역할을 하며 조금씩 가족안에서 회복돼 간다는 이야기는 늘어져 지루하다. 속도감이나 임팩트 없이 늘어지는 이야기는 없는 재료를 가지고 억지로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다만, 영화에서 한지민과 박정민이 연기한 피아노 장면은 그 피아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돋을만큼 볼거리다.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에 신파조인듯도 싶지만, 그 신파로부터 담백힌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하지만, 동화처럼 메시아로 등장하는 한지민과 회장님의 존재가 비현실적이다 보니 영화에 개연성이 소멸된다. 또한 김성령과 그녀의 딸의 존재도 특별한 의미가 없다. 주인공들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단순하게 배치된 인물들은 영화의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캐릭터의 당위성이 떨어지면 연기와 상관없이 영화는 생명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