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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좋더만

[영화] 클로버필드, 밀도있는 독특한 이야기




미셸은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자리를 떠나게 된다. 자신이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이 있었던 주인공이 그 일을 위해서 가는건지는 모르지만, 아뭏튼 미셸은 자신이 정말로 해보고 싶던 일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고 전화가 걸려온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지 못하고 고민하는것으로 봐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이 아닌 사람이다. 차를 몰고 도피하던 미셸은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되고, 어느 농장의 지하벙커에서 눈을 뜨게 된다. 지하벙커를 만든 주인은 외계인의 공격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위기에 처해있고 특히 방사능으로 인해서 절대로 바깥으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과대망상증 환자로 생각을 했던 미셸은 같은 벙커에 갇혀있던 에밋이라는 청년을 만나게 되고 에밋은 자신이 실제로 외계인의 공격을 피해서 간신히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노라고 설명을 하며 벙커를 지은 하워드의 말이 사실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탈출을 시도하던 미셸은 점점 하워드의 이야기에 수긍을 하면서 벙커 생활을 하게되는데...



밀폐된 곳에서 세사람이 벌이는 밀도있는 긴장감. 이 제한된 공간에서 의문스러운 하워드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존굿맨의 연기가 영화전반부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한 하워드이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거칠면서도 숨가쁜 호흡,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의 눈빛에서 광기어린 눈빛으로 변신까지  인물의 경계를 잘 살려냈다.


 


다만,과대망상증에 빠진듯이 보이는 하워드라는 인물을 통해서 밀폐된 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을 그리는 스릴러물에 외계인 침공이라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혹시나 하는 반전을 생각하게 하는데, 예상만큼이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그런데 조금 비뚤어서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벙커라고 하는 곳이 안전한 곳일까? 외계의 불가항력적인 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폐쇄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둬놓는 것이 자신을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일까


 


미셸은 소극적인 인물이다. 자신이 꿈으로 그리던 디자이너의 삶을 용기있게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남자친구의 전화도 받을지 말지 갈등하고 그런 남자친구를 피해 도망을 간다. 스스로가 그 문제로부터 도피해 자신만의 벙커로 피해가는 인물이다. 벙커는 외계의 모든 공격과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는 샤워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시설들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안전한 은신처인 벙커는 또다른 불안한 장소이다. 그 벙커를 제공한 하워드라는 인물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딸이라고 보여줬던 사진속의 소녀는 다른 소녀이고, 그 소녀가 남긴것으로 보이는 ‘help’라고 새겨진 유리벽에 글자는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미셸과 어느새 친해져가는 에밋을 향한 질투는 비정한 살인과 시체 훼손으로 이어진다. 에밋을 살해하고 깔끔하게 면도하고 나타난 하워드는 어쩌면 사이코패스적인 소아성애 성향까지 가지고 있는 강간범일수도 있다는 암시를 준다. 이쯤되면 벙커는 더이상 벙커로써 기능을 하지 않는다. 당면한 위험에 대한 안전처는 또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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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셸은 은신처를 탈출하기로 결심을 하고, 과대망상인줄로만 알았던 외부 세계의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라디오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게 된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은 휴스턴으로 모이라는 것이다. 이제 미셸은 안전한 벙커라는 곳으로 숨지 않는다. 이미 정부군이 탈환을 해서 안전한 장소를 택하지 않고 싸울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전장 휴스턴으로 핸들을 돌린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안전한 벙커나 은신처는 없다. 도피하고 후퇴해서 숨어있을만한 곳조차 새로운 위험이 언제나 가능한 곳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의 전형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 반전이 조금은 예상할만해서 조금 김이 빠지기는 했다. 하지만, 진정한 벙커는 자신이 스스로 부딪혀서 이겨내는 곳이 진정한 벙커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