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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좋더만

[영화] 스포트라이트, 우리는 왜 진실해야 하는가


3대 일간지 중에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지에 새로운 편집장이 부임하게 된다. 유태인 편집국장 마티베런은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던 천주교내 주교들의 아동성추행 스캔드를 파고들것을 주문한다. 하나의 공동체처럼 상호 긴밀하게 엮어진 도시내에서 교회는 막강한 중심체인데, 그 중심체인 교회주교들의 스캔들을 파헤치는 것은 쉽지 않은일이다. 이미 보스턴 카톨릭 교구내에서 이 재판은 침묵으로 지켜지고 관련자료는 봉인되어졌다. 더구나 보스턴 대부분의 사람이 카톨릭신자여서 알려고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 이 특종팀은 팀장 로비(마이클 키튼)의 지휘아래, 마이크 (마크 러팔로) 샤샤(레이첼 맥아담스) 맷 (다이시 제임스)는 취재가 진행되면서 경악할만한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성직자가 이 스캔들에 연루되어졌으며 그에 대한 징계역시 어처구니 없이 허위로 처리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게오건 신부의 피해자들을 변호했던 변호사 게로비디언은 누구보다 이 스캔들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특종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단서들을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말 “ 한 아이를 키우는데도 마을이 필요하지만, 한 아이를 성추해아하는데도 마을이 필요하다"는 결국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일이 어느 개인이 아닌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묵인되어진 일이라는것을 알게된다. 



결국 이들의 끈질긴 취재는 90명의 아동을 성추행했던 카톨릭 사제들의 충격적인 범행을 만천하게 드러나게 한다. 이는 보스턴을 시작으로 미국전역의 80명이 넘는 신부들이 조사를받게되고, 법정은 3억5천만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추기경은 이일로 인해 사임을 하게되고 교황은 재발방지를 위한 메시지를 발표한다. 보스턴 글로브스 스포트라이트팀은퓰리처 상을 수상하게 된다. 



언론과 관계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언제나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괴짜스러운 영웅이 등장하고 상부의 어줍잖은 반대와 저항후에 멋진 액션 영화처럼 언론의 윤리를 따라 진실을 밝히는 영웅같은 미디어 액션과 멜로가 전부였다. 신파조와 같이 상투적인 언론윤리에 관한 접근방식은 언제나 비슷했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가 따라가는 진실에 대한 접근은 다큐에 가까울만큼 냉정하다. 어떤 낭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닌 현실에서의 진실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굳이 파헤쳐 들어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 것들. 
진실은 시스템과 체계안에서 거역할때 불편하다. 진실을 드러내려는 순간 굳이 시도하지 않아도 될 것들, 친숙한 많은 것들과 대립을 해야하고, 다수에게서 지지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그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 자신들의 과오와 문제에도 직면해야만 한다. 
왜 우리는 진실해야만 하는가? 왜 우리는 진실을 찾기위해 시스템과 체계에 대한 도전을 감행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그 다음의 억울한 희생제물로 나 자신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 언제든 우리는 과거에서든 현재에서든 미래에서든 그 당사자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 



이영화에는 부조리한 시스템이 휘두르는 권력과의 스릴넘치는 긴장감도, 갈등도 없다. 이 영화는 오로지 우리는 진실해야만 하는 것인가? 누군가 진실에  접근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물이 영웅시 되는 것도 없고, 인물이 가지는 극적인 갈등도 없다. 그러기에 인물들이 끌어가는 극적인 요소도 없다. 그저 왜 우리는 진실해야만 하는 것일까만 건조하게 남는다. 어쩌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여타 다른 미디어 관련 영화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미디어의 본질에 관해 다룬 수작이라 할수있다. 



진실은 언제나 숨겨져만 있던게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는 카톨릭 주교의 성추문은 이미 그전에도 많은 이들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고, 드러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미디어는 침묵했고, 그 침묵은 또다른 희생과 피해자만을 낳게 된다. 마치 내주변에 누군가가 그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처럼. 이 영화는 묻는다. 정말 ‘진실'은 견고한 시스템과 음모아래 숨겨만진 것일까? 어쩌면 이미 봉인됐다고 믿던 문서들이 공개된 자료들이었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 이미 우리가 손만 조금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진실들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그리고 그들은 이미 진실의 노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실은 멀리 있는게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세월호를 비롯한 각종 이슈들을 다루던 우리 미디어의 현주소를 생각한것은 나만이 아니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