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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좋더만

[영화] 돼지의 왕, 돼지들의 왕은 없다

영화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한 중학교 아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 고착된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철저하게 살찌워지고 분해되어지고 물리고 먹혀지는 것으로 의미를 갖게 되는 돼지 계급과 누리며 지배하며 다스리며 먹는 자의 위치에 있는 개의 계급으로 이분화된다. 누리는 자가 있기에 빼앗기는 자가 있다는 구조적으로 견고하게 고착되어진 계급에 대한 회색빛 세상

고착되어진 세상은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넘어설 수 있다고 항변을 하지만,정해져있는 울타리안에서 스스로 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시간이 지나서도 변하지않는 돼지의 계급은 죽는 것으로만 소극적 저항을 보여줄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저항이라 할 수도 없다. 어쩌면, 이 영화는 괴물이 되어야만 자신의 계급을 뿌리칠수 있다던 철이가 괴물이 되는 것을 포기할때 계급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가. 하지만, 벗어나야하다는 계급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실은 돼지를 돼지되게 하고 돼지를 옭아매는 밧줄이 된 것이 아닐까...구질구질하게 사는 부모에 대한 누나의 분노, 친구를 죽여서라도 개들을 누르고 싶은 집착 그럼에도 넘어설수 없는 사회적, 태생적 한계들.

 

차라리 수긍한채 비열한 타협마저 없으면 돼지는 영원히 돼지가 되어야 하고, 도살되어져야하는 넘어설수 없는 한계는 결코 시간도 해결할 수 없다는 계급화된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철이를 통해서 길들여지는 돼지의 사회적 DNA를 거부해보려 하지만, 결국 감독은 돼지들안에 자리잡은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DNA의 한계를 회색빛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것이 너무나 비약되고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 상징성이 갖는 의미는 수긍이 될수밖에 없다. 감정이입에 거슬리는 더빙,투박한 애니메이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1억과 1주일이라는 기간으로 만들기에 플롯과 이야기의 힘은 너무 강렬하다. 오롯히 주제에 대한 고집스런 힘이 강점이자 약점일수도 있겠다. 괴물이 되는 것으로도 결코 변할 수 없는 견고한 계급사회로 길들여져가는 우리의 DNA에 대한 우울한 풍경화, 담높은 동물농장

 

개천에 이제 용은 나지 않는다던가 돼지들의 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