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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봐주자 (4)


지켜봐주자 (4)

 

게임을 하다보면 고수와 하수가 같은 편인 경우가 생긴다. 특히 한단계 위에 있는 고수가 파트너가 될 경우에는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두 명이 유기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의 성격상 한 명이 자리를 잘 잡지 못하면 파트너에게도 피해가 간다. 배드민턴을 잘 한다라고 하는건 로테이션을 잘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수는 콕을 쫓아 공격과 수비를 하다보니 자리를 잘 잡지 못한다. 자리를 못잡으면 당연히 수비와 공격이 불안해진다. 가운데로 몰리는 콕을 어떻게 칠 것인지, 전위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온 볼을 섣부르게 건드린다든지 순간 순간 날라오는 콕을 유기적인 로테이션으로 쳐야하는데 경험이 없으면 당황하기가 쉽다. 하수가 무리하게 잡는 자리에서 충돌이 생기거나 칼싸움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고수는 하수의 움직임이 예측이 되지 않고 믿을수가 없기에 고수 역시 무리하게 된다. 게임은 점점 말리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떤 고수들의 경우는 말이 많아진다. 답답함에 위치를 일일이 이야기하고 콕이 빗맞을 경우에는 이 소리 저 소리 잔소리가 많아진다. 콕 한번 칠때마다 이야기를 한다. 고수입장에서는 답답하긴 하다. 같은 편의 움직임이나 콕을 치는게 영 못마땅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듣는 하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수정하며 경기할 수 없다. 게임중에 고쳐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제 상대는 상대편 두명과 눈치를 봐야 하는 같은 편, 세명이 된다. 움직임은 더욱 경직되고 자신없이 휘두르는 라켓에 콕은 빗맞기 일쑤이다. 같은 편 고수는 더욱 못마땅해서 지적질을 하다보면 자신도 집중이 되지 않아서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고수는 고수대로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하수는 하수대로 답답해진다. 게임을 할 때 같은 편에게 지적을 하지 않는건 고수가 지켜야 하는 매너다. 경기를 하다보면 하수의 플레이가 답답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하수의 움직임도 같이 보면서 맞춰야 한다.

 

무엇이든 지켜본다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맘에도 들지 않고 잘 못하는 것같아서 지켜보고만 있기에 울화가 치밀때도 있다. 그건 가정에서나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떤 일에서건 경험만큼 좋은 가르침은 없다. 스스로가 느끼고 알아가야만 변화가 가능하다. 실패해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직접 해보지 않고 타인에게서 듣는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은 신성한거다. 부딪혀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스스로 알아가도록 기다려 주고 지켜볼 때 빨리 깨닫게 되고 발전을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100권을 읽는것보다 읽은 책을 한번 두 번 정리하고 글을 써보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안다.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다. 그것도 정직한 노동이다. 100번 써본 사람을 10번 써본 사람이 이길 수 없다. 설혹 글이 형편없고 오류투성이고 창피하기 그지 없다고 해도 그 과정을 지난하게 견뎌내고 지나간 사람만이 발전을 하고 고수가 될 수 있다. 누가 됐든 그 과정을 지나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까지 격려해주고 칭찬해주고 지켜봐주자.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