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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사회 (3)

배드민턴은 계급운동이다. 맨위에 브라만이 있고 크샤트리아가 있고 바이샤가 있고 수드라가 있다. 맨 마지막에는 불가촉천민이 있다. 배드민턴은 공간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 네명이 운동을 하려면 실내 체육관에 높이도 있어야 하고 넓어야 한다. 공간을 많이 차지 하다보니 운동하려는 인원에 비해서 공간이 제한적이다. 배드민턴장은 언제나 사람으로 붐빈다. 그리고 4명이 기본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보니 4명의 멤버가 구성이 되야 운동을 할 수가 있다. 물론, 두명이서 난타정도는 칠수 있으나 경기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두명으로는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자연히 친분이 있거나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운동을 할 수가 없다. 클럽에 들어야만 운동을 할 수가 있다.



게임에 들어간다 해도 어느정도 수준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제한된 공간에 제한된 시간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보니 아무래도 운동이 되는 사람들끼리 어울린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면 4명이 게임을 할 때 우리팀에게 여간 민폐가 아닐 수 없다. 배드민턴은 두명이 끊임없이 돌아가며 포지션을 잡아야 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의기소침해지고 경기에 들어가는게 조심스러워진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서비스정도로 난타를 쳐주는 것외에는 같이 쳐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 물론, 이럴때는 빨리 클럽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이 제일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어느정도 실력이 아니면 끼어들 수가 없다. 수드라는 바이샤가 부럽고, 바이샤는 크샤트리아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하니 수드라나 크샤트리아와 치고 싶어하고 크샤트리아도 마찬가지고 제일 높은 수준의 A급인 브라만은 실력차가 너무나니 바이샤 정도도 잘 쳐주지 않는다. 어차피 똑같은 시간인데 자기 운동하고 싶지 누구 좋은 일만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래 계급에 있는 선수들은 윗 계급에 있는 사람이 한 게임이라도 해주면 감지덕지다. 결국 나보다 고수와 쳐야 실력이 느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이게 언제 해결 되느냐이다. 그건 시간이 답이다. 꾸준히 1년을 감수하고 쳐야 한다. 성에 차지도 않고 눈치도 보이지만 계속 그렇게 치다보면 조금씩 올라오게 되고 한번 두 번 쳤던 게임들이 어느정도 쌓여가며 실력이 되어간다. 그 과정이 치사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성에 차지도 않아서 라켓을 던지고 배드민턴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지리한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내가 그런 계급의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 배드민턴의 매력이기도 하다.

 

무엇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을 확보해야만 가능한건 모든 인생사가 마찬가지다. 천재적인 재능을 이야기 하는 사람의 이면에는 자신의 물리적인 시간에 게으른 사람이다. 스스로 합리화하고 싶은 게으른 본성이 재능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지 않고 되는건 아무 것도 없다. 더구나 그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며 쌓아온 실력만큼 단단한 것은 없다. 노동이야말로 진정 거룩한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