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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

예수는 실패자인가 #예수는실패자인가 1990년 교회에서 중고등부 선생을 했다. 개척교회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고 그렇다고 자립했다고 하기에는 넉넉치 않은, 아이들이 많은 교회였다. 영등포 구름다리를 지나서이니 그다지 넉넉하던 동네도 아니었고 나그네도 많던 교회였다. 중등부때부터 알고 지내다 고등부로 올라온 아이중에는 ‘경천’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말을 정말 안듣던 아이였다. 기도시간에 대표기도를 시키면 대답도 안하고 그냥 멀뚱 멀뚱 있던 아이였다. 심지어는 5분가까이를 끌다가 결국 교사가 기도를 한 적도 있었다. “안해요” 그게 대답의 전부였던 아이였다. 무엇을 하자고 해도 언제나 시큰둥하고 지시하는 것을 듣지 않았다. 말수도 없고 퉁명스럽고,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무안케도 했다. 같이 있으면 분위기 다 깨는 그런 .. 더보기
커피맛 #커피는 쓰다 “너희 학교나 학원애들도 커피 마시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내리며 아이에게 물었다. “네” 요즘 아이들은 커피를 먹나보다. 내가 학교다닐때는 머리가 굳는다고 커피를 못먹게 했었다. 그래서 고3 학력고사가 끝나는날 처음 한 일이 커피를 마시는 일이었다. 금지된 것을 해도 된다는건 이제 성인이라는 의미였으니까. “너도 먹어봤냐?” “네, 학원 선생님이 수업때 졸릴 것같으면 커피를 사주세요, 냉장고에 싼타페도 어제 학원샘이 주신거에요” “아빠가 커피내릴려고 하는데, 커피 한잔 마실래? 이왕이면 따뜻하게 드립한걸 마시면 좋지?” “네” 아이는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커피를 내리고 물을 좀 많이 타서 아이에게 건넸다. 커피를 마신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맛없냐?” “써요” “ㅋㅋ 커피를 쓴.. 더보기
마스크형 초등학교를 막 다니기 시작하던 동네에 어느날 마스크를 쓴 형이 나타났다. 동네 형들과 구슬치기 하다 억울하게 구슬을 잃은 아이들은 형들에게 따졌고, 동네 형들은 그런 동생들을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그때 동네에서 처음본 하얀 마스크를 쓴 형이 동네 형들에게 막 뭐라고 했고, 우리는 구슬을 돌려받았다. 그 후로 ‘마스크형’은 자주 동네에 나타나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았고, 저녁먹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가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근처 공장을 다녔던것같다. 마스크형은 운동신경도 좋고 재미있기도 해서 인기가 많았다. 동네 형들과도 같이 어울렸지만, 마스크 형은 주로 동네 꼬마들을 이뻐하며 잘 놀아줬다. 게다가 비싸고 맛있는걸 잘 사줬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묘한 분위기가 동네 꼬마들에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스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