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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

선악과 #선악과 창세기에는 선악과가 나온다. 하나님은 모든걸 다 먹어도 좋은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말라고 했다. 그 열매를 먹는 날에는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뱀이 하와를 유혹한다. “너희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고 너희가 그걸 먹으면 그 날로 너희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될 거야. 그래서 선과 악을 알게 될거야” 하와가 선악과를 볼 때 과연 먹음직스럽고 보기에도 탐스러웠다. 과연 사람을 지혜롭게 해주는 열매처럼 보였다고 했다. 근데 인류 최초의 사람이었던 하와가 죽음이라는 의미가 뭔지는 알았을까? 하나님처럼 된다는 의미도 얼마나 이해가 있었을까. 아담과 하와가 살던 때는 아무런 부족함이나 결핍이 없던 때가 아닌가. 그런 유혹에 흔들릴만큼 결핍과 욕망에 사로잡혔던 것일까... 더보기
사자처럼 해적처럼 차로 좀 가야하는 곳이지만 그 집 순대국은 맛이 좋다. 특히 이 집을 즐기는건 ‘순대만국밥'이 있어서다 . 순대국을 내장맛으로 먹는 사람도 있지만, 이상하게 내장은 별로인데 순대국은 맛있다. 밥을 말아먹을 때 그 고소한 맛때문이다. 그래서 내장을 빼놓고 먹거나 순대만 달라고 해서 먹기 일쑤였는데, 이 집은 아예 메뉴에 ‘순대만’으로 된 국밥이 있으니 딱이다. 뒷맛도 깔끔하고 냄새가 일체 나지도 않는다. 수저위 뽀얀 순대국물에 고기순대는 부드럽게 씹히는 순대의 고소함이 국물맛을 더욱 깊게 해준다. 이 집 순대국 아주머니는 손님대하는게 곰살맞다. 시덥잖게 많이 좀 달라고, 멀리서 왔노라며 말 장난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 받아준다. 신나서 혼자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중얼거리며 가버리지도 않는다. .. 더보기
영화, 말모이 누군 영화가 ‘국뽕’이라고도 하지만, 말을 지키려고 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다만, 조선말을 왜 지켜야 하는건지, 어떻게 그 조선말들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고증을 토대로 조금더 밀도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상업영화에다가 역사적 고증에 관한 디테일까지 요구하는건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재에 비해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이 진부해서 아쉽다. 왜 일본 제국주의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조선말을 막으려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상투적이고, 그 조선말을 지키려 하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극히 제한적이라 아쉽다. 말모이의 실제 주인공 ‘이극로’선생의 삶을 조명했거나 중점을 두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정해진 시대물에 인물들이 끼워맞춰지다보니 윤계상이 왜 그렇게.. 더보기
요한계시록 666 # 요한계시록 666 계시록에는 짐승이 나온다. 땅에서 올라온 이 짐승은 작은 자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자유인이나 종이나 가리지 않고,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했다. 지혜가 있다면 그 숫자를 세어보라고 하며 요한은 그 숫자가 666이라고 했다. 요한이 말한 666은 당시 기독교인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던 로마의 네로황제를 가리키는 암호일 수 있다. 묵시 문학이라는게 당시 억압가운데 처한 사람들이 상징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며 서로를 격려하던 방식이니 로마의 무서운 폭정앞에 절망하는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고 소망을 주는 복음서중에 복음서가 요한계시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계시록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상황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현재의 성.. 더보기
질투 질투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H도사, S누나 !! 한창 사춘기를 보내던 까까머리 중학생눈에 S누나는 천사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활짝 핀 웃음. 사춘기 중학생은 S누나를 몰래 몰래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전교인 수련회를 가서도 온통 신경은 S누나를 훔쳐보기만 할뿐이었고, S누나의 모든 움직임은 스틸사진처럼 한 장 한 장 소중한 사진으로 까까머리 중학생 마음에 차곡 차곡 쌓였다. S누나가 교회에 있지 않을까, 학교 수업이 끝나면 교회에 들르는게 일이었고 지금 올지 모른다는 행여 기대감에 밤 늦도록 기다리기 일쑤였다. 신앙심이 좋았던 S누나였기에 수요예배나 철야예배에 나올지 몰라,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고 일찍 오는 날에는 S누나가 오늘 예배에 오게 해달라고 땀방울이 핏방울되도록 .. 더보기
영화 극한직업, 누군가는 관객이고 누군가는 실재이다 영화 극한직업, 누군가는 관객이고 누군가는 실재이다 영화 극한직업. 누구나 꿈꾸는 이몽룡같은 영웅이야기, 미운오리새끼가 찬란하게 고니가 되어 날아오르는 카타르시스. 찌질했던 모든 삶으로부터의 비상 초등학교부터 어울려지낸 친구중에 유난히 못생긴 A라는 개구쟁이 친구가 있다. 꼬질 꼬질한데다가 까무잡잡해서 별명이 몽키였다. 성격은 순해서 친구들이 장난치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같이 잘 어울리며 놀던 친구였다. 한번은 동네 친구들끼리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오던 길이었다. 당시에 초등학교 아이들끼리 목욕탕을 간다는건 뻔한 일이다. 첨벙 첨벙, 요란한 물장난 그리고 목욕탕 주인의 고함.. 뭐 그런 수순이다. 그래도 그렇게 물에서 놀고 나오면 뽀얘지기 마련이다. 골목을 가다가 친구 어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인.. 더보기
하나님 약속은 가을 같다 하나님 약속은 가을같다. 절기를 따라 찾아온 가을은, 살인적인 더위에도 어김없이 정확하고 분명하게 약속을 지킨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하신 모든 약속이 다 응하여졌더라... 하나님 약속은 가을같다 더보기
회색분자 # 회색분자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시국관련 데모가 한창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사회참여 의식과 정치의식을 가진 건 아니었다. 대학생이라는, 데모라는 호기심과 허세로 휩쓸리던 친구들도 많던 시기였다.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 동기중 한 여자아이가 내게 시국에 대한 의견을 건넸다. 정치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나는 그녀의 질문들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식으로 말을 했다. 어느쪽이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창 이야기하던 그녀는 한심하고 답답했는지 “너 회색분자구나”라고 했다. 회색분자! 좀 당황스러웠다. 그 어감때문이었다.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기회주의자, 어정쩡한 중간지대에 서 있는 비겁자. 그런데 사실, 그녀의 말은 맞다. 분명히 나는 어떤 입장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보기